국제 국제일반

[책꽂이] 총성없는 사이버戰…0과1로 세상을 움직이다

■사이버전의 은밀한 역사

프레드 캐플런 지음, 플래닛미디어 펴냄





알덴 로빈슨 감독의 영화 ‘스니커즈’(1992)는 컴퓨터를 이용해 가진 자들의 돈을 빼돌려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해커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극 중 해커 출신의 한 천재 악당이 이런 대사를 읊는다. “세상은 더는 무기나 에너지, 돈으로 움직이지 않아. 세상을 움직이는 건 0과 1이야.” 그렇다. 이미 오래전부터 세상에선 총성 없는 디지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핵심은 누가 정보를 통제하느냐다. 퓰리처상 수상자이기도 한 저자는 신간 ‘사이버전의 은밀한 역사’를 통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조용한 전쟁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심도 있게 분석한다.



사이버 공격은 단순히 정보나 돈의 탈취를 넘어 다른 나라의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이 대표적이다. 당시 러시아는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 캠프와 공모했다는 이메일을 해킹, 공개해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였던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이 경선에서 승리한 힐러리에게서 등을 돌리게 했다. 그 덕분에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미 정보기관들은 이 해킹이 트럼프의 당선을 돕기 위한, 엄밀히 말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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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전에는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비범한 해커와 컴퓨터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그 파괴력은 과거의 어떤 무기보다도 강력하다. 전쟁의 셈법과 양상을 한순간에 바꿔 놓은 0과 1의 힘울 장악하기 위한 각국의 사이버 군사 경쟁은 지금 이 순간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책은 사이버전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미국이 이에 대비해 국가안보국(NSA)을 어떻게 발전시켰고, 러시아와 중국, 이라크, 북한 등을 상대로 어떻게 사이버 공격과 방어를 수행했는지 보여 준다. 미국의 10대 소년 두 명이 ‘누가 더 빨리 국방부를 해킹할 수 있는지’를 겨루다가 발생한 앤드루스 공군 기지 주 방위군 컴퓨터 해킹(솔라 선라이즈 사건·1998년), 펜타곤을 대상으로 한 외국의 첫 해킹인 문라이트 메이즈 사건(1998년), NSA의 무차별 정보 수집·공격에 대한 폭로(에드워드 스노든 사건·2013년) 등의 내막도 상세하게 소개한다. 북한이 배후로 의심 받은 2014년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도 등장한다.

저자는 사이버 세계대전을 막기 위한 기본 규칙과 범세계적 논의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그러면서 정보기관의 권력 남용을 막고 개인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2만 2,000원.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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