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퀸 엘리자베스호






지난 2011년 6월 영국 국가감사원(NAO)의 보고서 하나가 영국 국방부와 해군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불투명한 예산 편성과 막대한 재정 부담으로 해군이 건조 중인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 도입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NAO는 함재기 구매 예산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항모의 정상적 운영마저 불투명하다고 우려했다. 당시 토비아스 엘우드 영국 하원 국방위원장은 “이 상태로는 단지 보여주기 위한 비싼 장난감이 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초 2016년 도입 예정이었던 퀸 엘리자베스호는 결국 도입 일정이 늦춰지고 최초 설계안이 변경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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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엘리자베스호는 31억 파운드를 들여 2009년부터 건조한 길이 280m의 6만 5,000톤급 최신예 디젤 항모다. 한때 세계 바다를 호령했던 해양 제국의 명성을 되찾겠다며 ‘영국의 자존심’이라는 별칭을 붙였을 정도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2017년 12월 영국 남부 포츠머스 해군기지에서 열린 취역식에 직접 참석해 “영국 최고의 기술과 혁신을 구현한 기함”이라고 격려했다. 퀸 엘리자베스호는 수직 이착륙 기종인 첨단 F-35B 스텔스 전투기 36대를 비롯해 중형 대잠수함 헬기, 공격헬기 등 60여 대의 항공기를 탑재할 수 있다. 402㎞ 반경에서 1,000대 규모의 선박과 항공기를 동시에 감시할 수 있는 첨단 장거리 레이더 기능도 장착돼 있다.

영국이 퀸 엘리자베스호를 연내 인도양 및 동아시아에 파견해 일본·인도 등과 해군 합동훈련을 벌이기로 했다. 영국은 중국을 ‘국가 단위로는 가장 큰 위협’으로 규정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국가와의 연대 수준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영국·유럽연합(EU) 등 서방 주요국의 중국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1900년대 초 동북아 정세를 흔들었던 ‘영일동맹’이 부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소용돌이치는 국제 정세에서 외톨이 신세를 면하려면 전략적 모호성을 거두고 민주주의·인권 등을 중시하는 가치 동맹 참여로 중심을 잡는 수밖에 없다.

/정상범 논설위원 ssang@sedaily.com


정상범 논설위원 ss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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