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에 대한 수정 제안을 전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히면서 단일후보 등록이 급물살을 타는 모양이다. 다만 여전히 여론조사 때 무선전화를 100%로 할지, 무선전화 90%와 유선전화 10%를 할 지에 대해선 결정되지 않아 유선전화 10% 포함 여부가 막판 변수로 떠오르는 모양이다. 통상 유선전화는 대체로 보수 성향의 고연령층에서 사용 비율이 높고, 무선 전화는 진보·중도 성향이 강한 젊은 층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일 안 후보는 이날 ‘긴급 입장’을 내어 “오세훈 후보가 오늘 아침에 수정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을 전적으로 수용하고자 한다”며 “실무협상단은 제안한 내용이 불합리하다며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저는 대의를 위해서 수용하겠다"고 표명했다. 이는 이날 양당 사무총장이 "단일화 실무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등록 전 단일화하려던 시도가 사실상 불발됐음을 밝힌 직후 나온 입장이다.
이어 “국민의힘도 오 후보 의견을 존중하고 오 후보에게 전권을 맡겨주시면 고맙겠다”며 “어떻게 해서든지 야권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것이 범야권 모든 지지자 분들에 대한 정치적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 후보는 앞서 이날 오전 YTN 라디오에서 두 여론조사 기관 중 한쪽 기관은 적합도를 묻고, 다른 기관은 경쟁력을 물어서 단순 합산을 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는 안 후보 측이 제시한 양 후보의 경쟁력과 적합도를 차례로 물어보는 방식에 대한 절충안이었다.
이에 오 후보도 입장문을 내어 “환영한다”면서 “이제 협상단은 조속히 협상을 재개하고, 세부방안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단일화 염원에 부응하고, 단일후보 등록 약속이 지켜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다만 오 후보의 절충안과 안 후보의 수용에는 유·무선 전화 여부는 포함되지 않아 이 부분이 막판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오 후보는 라디오에서 ‘여론 물을 때 유선전화를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신 거죠’라는 질문에 “네, 유선전화가 왜 들어가야 하면 서울 시내에는 약 5% 내지 10%의 시민이 무선전화가 없는 분들이 계시다"며 “무선전화로만 조사를 하면 그 분들은 의견을 낼 기회 자체가 박탈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오전 11시11분께 ‘여론조사 유선번호 반영 필요성’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도 배포했다. 자료에서는 “2016년 이후 각급 선거의 당내 경선 시 유무선의 비율은 절대적인 기준이 없었다"면서도 “후보 간 치열한 접전이거나 해당 유권자의 의견을 전체적으로 확인해야할 필요가 있을 경우,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유선과 무선을 혼합해 사용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2017년·2019년 당대표 경선에서는 유선전화 20%,무선전화 80%를, 2019년 국회의원 경선에서는 유선전화 100%를 사용했다.
그러나 전날 국민의당은 박 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을 하는 경우에만 유선전화 10%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선전화 방식은 무작위로 추출된 전화번호를 여론조사 기관이 임의전화걸기(RDD)를 해서 조사한다. 안심번호처럼 완전히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안 후보측의 주장이다. 안 후보측은 “유선은 여론조사업체에서 제공한 번호로 할 수도 있고 RDD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편향성이 나는 문제가 있다”며 “선관위와 업체가 주는 무선 안심번호와 여론조사 업체가 임의로 진행하는 유선번호는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들에 대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조사방식에 따른 결과의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각 당이 판단해 여론조사 방식을 정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심의위 관계자는 “유선전화 조사를 여론조사 업체가 가진 자체 자료로 하면 문제가 있지만, RDD 방식을 통해 무작위로 전화하기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며 “여론조사 기관과 방식에 따라 유불리가 있는지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