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美 경제, 활황 후 스태그네이션 올까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단기 부양책 효과 불과 1~2년

바이든 정부 추가동력 확보 위해

야심찬 인프라 투자안 마련 나서

공화당 반대 넘어설지가 과제

폴 크루그먼폴 크루그먼




미국이 새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하루 200만 명 이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접종을 받고 있어 앞으로 몇 달 이내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저 멀리 밀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접종을 마친 성인들의 경우 자녀 및 손자들과 어울려도 무방하다고 발표했다.



경제에도 햇살이 비쳤다. 연방 상원은 미국인들이 남은 몇 달간의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는 데 도움을 줄 경기 부양안을 통과시켰다. 앞으로 수일 내에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기 부양안은 실직자들의 재취업을 돕고 소비자 지출을 늘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 역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블룸버그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 경제가 지난 1990년대 이후 최고치인 5.5%의 고도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비해 골드만삭스는 1984년 이후 최고 수준인 7.7%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필자는 향후 1~2년간의 경기를 낙관한다. 하지만 그 이후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대형 경제정책이 나와야 한다.

바이든의 ‘미국 구조 계획’은 말 그대로 경제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 부양 조치다. 바이든 부양안에는 부양 자녀 세금 공제와 의료보험 지원 강화 등 민주당이 영구화하기를 원하는 조항이 담겨 있지만 거의 모든 것이 1년 내에 만료된다.

일단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지출 프로그램이 끝나면 장기 스태그네이션이 따라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장기 스태그네이션은 최근 래리 서머스에 의해 되살아난 개념으로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완전 고용을 유지하는 데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의미한다. 장기 스태그네이션에 종속된 경제는 때로 호조를 보이기도 하지만 금융시장의 거품 붕괴와 같은 악재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미국 경제가 지속적인 생산력 저하와 고용 감소를 보였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우리는 팬데믹 직전 완전 고용에 바짝 접근했는지도 모른다.



현재 우리가 처한 경제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생산 연령에 속한 인구 성장세가 급격히 느려지면서 투자 요구가 감소했고 기술 발전 속도 역시 크게 둔화됐다. 이유야 어찌 됐든 팬데믹 상황에서 미국 경제는 잠재력에 못 미치는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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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금융시장은 경제가 다시 이전의 저성장 기조로 돌아설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바이든 부양안의 의회 통과가 가시화하면서 금융시장의 이자율은 상승했다. 그러나 1990년대와 2013년의 급등세에 비하면 그 속도가 상당히 완만하다.

시장이 전하는 메시지는 경기 호조 이후 스태그네이션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한 가지 해결책이 있다. 공공투자 확대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은 대출과 새로운 세금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 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

거시경제학적 관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낙후된 기반 시설을 재건설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상당한 자본을 투자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공공투자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의 원천으로 작용하면서 우리를 스태그네이션의 함정에서 꺼내줄 것이다.

다행히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필요성을 인식하고 대단히 야심 찬 인프라 투자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나쁜 소식도 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초대형 공공투자 계획을 성사시키기란 대단히 어렵다. 단기 경기 부양책을 통과시키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는 곳에서 대형 공공투자 계획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갤럽의 프랭크 뉴포트는 “여론조사 결과로 볼 때 미국인들은 새 정부의 인프라 구축안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갤럽 여론조사는 공화당 지지자들을 포함한 대다수 미국인이 바이든의 부양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해당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공화당은 틀림없이 민주당이 제안하는 기반 시설 투자 법안에 한목소리로 반대할 것이다. 사실 기반 시설 투자안에 대한 높은 인기는 공화당의 반대를 한층 강화할 것이다. 그들이 가장 원하는 바는 바이든 행정부가 실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물어야 할 중요한 질문은 공화당의 맹목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경기 부양안에 이어 두 번째 경제 관련 법안까지 통과시키는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바이든의 경기 부양책이 만든 경제 활성화의 지속성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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