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춘분을 맞는 감상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요즘 달력에 24절기는 일부러 찾아야만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 필자가 지난 2월 초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부임하던 즈음이 24절기의 시작인 입춘(立春)이었다. 이제는 우수(雨水)와 경칩(驚蟄)을 지나 20일에는 네 번째 절기인 춘분(春分)을 맞는다. 춘분은 밤보다 낮이 길어지는 시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도 이런 전환의 시기가 오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24절기처럼 사람이나 조직의 경우도 시기에 맞는 일을 미리 준비하고 실행해야 좋은 결실을 얻게 되는 것이 고금의 진리일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999년에 설립돼 비교적 역사가 짧은데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직원 평균 연령이 38세일 정도로 젊은 사람들이 많다. 공사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시간이 날 때마다 한 세대 가까이 차이가 나는 20~30대 사원들과 대화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려 노력하고 있다. 모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공기업 취업 선호도 1위를 차지하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취업에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원하던 만족스러운 삶이 바로 보장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24절기 중 춘분과 입하(立夏)의 중간 정도를 지나고 있을 젊은 후배들에게 인생은 길고 조급해할 일이 아니지만 제때 하지 않으면 나중에 하지 못 할 일들은 놓치지 말라는 충고를 하고 싶다.

관련기사



국책 사업이나 기간 시설도 마찬가지다. 올해 개항 20년을 맞이하는 인천국제공항은 시기에 맞춘 정비가 필요하다. 넓은 부지와 최신의 시스템, 깨끗한 신축 터미널을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최상급의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인천국제공항의 경쟁력이었는데 지금은 인천공항을 능가하는 규모에 더 깨끗한 건물을 갖춘 경쟁 공항들이 부상하고 있다. 전 세계 공항의 경쟁이 일시 멈춘 현재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지나고 나면 여행객들의 선호와 여행 양태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인천공항은 이미 20년이 경과한 노후 시설들과 운영 시스템들을 개선해야 하고 장래의 수요에 맞춰 확장을 위한 투자도 멈춰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다른 공항들에 없는 인천국제공항만이 가진 장점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개항 20년을 계기로 새로운 비전 선포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시야를 넓힐 시점이다. 현재 따뜻함이 배어드는 춘분이지만 끓는 듯한 소서(小暑)·대서(大暑)도 오고 서늘한 한로(寒露)와 상강(霜降)도 온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지금 안 보이는 시기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시간의 지평과 함께 공간적 시각도 넓혀야 한다. 공항의 경쟁력은 주변의 관광 산업, 제조업, 교통 서비스업과 긴밀히 연계돼 있으며 항공사·지상조업사·면세점 등 협력 업체의 성공에 좌우되는 바가 크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론독자부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