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긴급사태 선언을 21일까지만 유지하고 전면 해제하기로 18일 결정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이날 오후 일본 총리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도쿄도(東京都), 사이타마(埼玉)·가나가와(神奈川)·지바(千葉)현 등 수도권 4개 광역자치단체에 유지되고 있는 긴급사태 선언을 이달 21일을 끝으로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8일 재발효한 일본의 긴급사태는 73일간 유지된 후 종료한다.
스가 총리는 긴급사태 해제 결정에 앞서 이날 열린 중의원 의원운영위원회에서 출석해 "(전문가) 자문위원회에서 감염 상황이나 의료 제공 태세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긴급사태 조치를 종료하는 것에 대해서 양해를 얻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은 작년 4월 7일∼5월 25일까지 49일 동안 열도 전역 또는 일부 지역에 코로나19 긴급사태를 발효한 바 있다. 하루 신규 확진자는 올해 초보다 대폭 줄었다. 올해 긴급사태 재발효한 1월 8일은 하루 신규 확진자가 7,949명(NHK 집계 기준)이었는데 이달 17일은 1,535명이었다. 하지만 봄철 나들이가 활발해지고 입학·졸업식 등 각종 행사로 사람들이 밀집하는 상황이 예상되는 가운데 코로나19 감염 확산 속도가 다시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가 총리는 "감염 재확산을 방지하려면 국민 여러분이 계속 긴장감을 가지고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다수가 참석하는 회식 등을 자제해달라고 중의원 의원운영위원회에서 당부했다. 이번에 긴급사태가 해제되는 도쿄 등 수도권 4개 광역자치단체 지사들은 이날 오후 화상 회의를 열어 이달 22∼31일까지 주점 등의 영업 종료 시간을 현행 오후 8시에서 오후 9시로 한 시간 늦추기로 의견을 모았다.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를 해제한 데에는 이달 25일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개시가 예정돼 있는 등 올림픽 개최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측면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해외 관중을 들이치 않은 채 올림픽이 열리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통상적인 올림픽 분위기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올 7~9월 예정된 올림픽과 패럴림픽 때 해외 일반 관중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20일 대회 조직위, 도쿄도(都),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대표가 함께 참여하는 올림픽 관련 5자 회의에서 이를 공식 확정할 예정이다. 5자 회의는 성화 봉송이 시작되는 25일 이전에 온라인 형식으로 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데, 20일 개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올림픽조직위원회가 논란에 휩싸였다.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17일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폐회식 총괄책임자인 사사키 히로시(66)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여성 탤런트의 외모를 모욕한 일이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사키 디렉터는 패럴림픽을 담당하던 지난해 3월 일본 인기 탤런트인 와타나베 나오미(33)의 외모를 돼지로 비하하는 내용의 개회식 연출안을 메신저 '라인'(LINE)을 통해 담당 팀원들과 공유했다. 소속사 웹사이트를 통해 취미가 '먹는 일'이라고 소개된 와타나베의 신상을 보면 158㎝의 키에 체중은 107㎏이다. 사사키 디렉터는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와타나베의 신체 특징에 착안해 영어로 돼지를 의미하는 '피그'(Pig)와 올림픽의 '핏구'(일본어 발음)를 연계해 그가 돼지로 분장해 익살스럽게 연기토록 하는 아이디어를 행사 연출 계획에 담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안은 팀원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폐기됐다. 사사키 디렉터는 슈칸분슌의 보도로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자신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18일 새벽 "개회식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내 생각과 발언 내용에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다"는 취지의 사죄문을 내놓고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조직위 회장에게 사의를 전했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사사키 디렉터의 사퇴 의사를 수용할 방침이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