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공모 개미’의 기대를 져버린 채 ‘따상상(상장 후 이틀 연속 상한가)’에 실패했다. 하지만 상장 첫날 상한가 물량을 독식해 이튿날 팔아 치워 거액을 벌어들이는 이른바 ‘상따팀’이 다시 등장했다. 상장 첫날 교보증권 창구를 통해 매수 물량의 70%를 독식했던 일명 ‘교보팀’이 19일 개장하자마자 물량 대다수를 팔아 치워 하루 만에 70억 원을 벌어들였다. 업계에서는 기업공개(IPO) 대어만을 노리는 전문적인 투기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9일 전일보다 1.41% 하락한 16만 6,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 초반 10% 이상 오르다가 교보증권 등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쏟아지자 점점 상승 폭을 축소하다 결국 장 막판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교보증권 창구에서는 개장 직후부터 물량이 쏟아져 10여 분 만에 48만여 주의 매도 주문이 체결됐다. 매도 주문은 계속 이어졌고 오전 9시 30분 무렵 총 54만여 주의 순매도가 기록됐다. 앞서 교보증권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스피 상장 첫날 총거래 물량의 70%에 해당하는 53만여 주를 쓸어가는 매수 거래를 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가는 교보증권을 이용하는 ‘큰손 투자자’가 전날 물량을 대량 매수해 이날 전량 매도하는 수법으로 하루 만에 수십억 원의 수익을 누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해당 투자자가 매수한 53만여 주가 모두 상한가인 16만 9,000원에 체결됐다고 해도 벌어들인 돈은 최소 7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는 개장 직후 18만 7,000원으로 시작해 18만 8,500원까지 치솟은 후 10여 분 만에 17만 2,500원까지 떨어지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당 투자자가 18일 장 전 거래를 통해서도 물량을 확보했다면 평균 매수 단가가 16만 9,000원보다 낮을 수도 있다”며 “매도가 역시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장 초반 주가가 가장 높았던 점을 볼 때 평가 차익이 80억~90억 원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런 일이 벌어진 배경에 전문적인 투기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교보팀의 수법이 과거 유행했던 ‘상한가 따라잡기(상따)’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상따’란 당일 상한가에 도달한 종목이 다음 날에도 어느 정도 주가 상승세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상한가 종목의 물량을 최대한 많이 확보한 후 다음 날 적게는 3% 선에서 많게는 10~20% 선까지 수익을 남기고 되파는 수법이다. 다만 상따를 한 종목이 다음 날 상승하지 못한 채 하락한다면 큰 손해를 입게 되는 위험한 투자법이기도 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식 상한가가 15%였던 과거에는 상한가 종목이 다음 날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 이런 투자가 유행했었다”며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늘면서 개인의 관심이 높은 종목들은 변동성이 극대화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심리를 노린 투자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 투기 세력이 있을 것으로 의심하는 이유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처럼 한 곳의 증권사가 매수 물량을 독식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날 ‘따상’을 기록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다음 날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리라는 기대감이 높아 주식을 파는 사람은 없고 사는 사람만 있는 상황이 장중 내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매수 물량의 70%를 독식하려면 막대한 자금은 물론 일명 ‘광클’로 불리는 트레이딩 능력도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유통 물량을 쓸어버릴 정도로 막대한 주문을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먼저 도착한 주문의 물량을 소화하기 전까지 다른 주문들은 주식을 배정받지 못하게 된다.
실제 교보증권을 통해 매수 물량이 독점된 후 다음 날 매도하는 이 독특한 거래는 지난해에도 두 차례 있었다. ‘따상상상’이라는 역대급 기록을 남겼던 SK바이오팜과 ‘따상상’을 갔던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첫날에도 교보팀이 매수 물량의 70% 이상을 독식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