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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무도 없는 곳' 상실의 시대, 모두에게 전하는 위로

/사진제공=영화 '아무도 없는 곳'/사진제공=영화 '아무도 없는 곳'




우리는 매순간 상실을 경험한다. 하지만 크든 작든, 예기치 않던 상실과 마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상실을 겪은 모든 이들에게 슴슴한 위로를 건넨다. 때로는 그 아픔을 마주보고, 다시 나아가야 한다고.



'아무도 없는 곳'은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이 커피숍, 카페, 바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익숙한 듯 낯선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창석이 만난 네 명의 인물들은 모두 경계에 놓인 사람들이다.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삶을 살아내고 있다. 오래된 커피숍 창가에 기대서 흐르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미영(이지은), 인도네시아 유학생이었던 남자친구와 이별한 유진(윤혜리), 아픈 아내를 살리고 싶은 성하(김성호), 그리고 기억을 사는 바텐더 주은(이주영)까지. 모두가 삶 속에서 상실을 경험한 인물들이다.



각자 다른 에피소드를 가졌지만 이들은 어딘가 모르게 닮아있다. 성하는 아픈 아내를 살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 덕분인지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고,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주은은 바에서 일하면서 손님들에게 재미있는 기억을 사 빈 기억을 채워 넣고 시를 쓴다. 삶에서 오는 상실감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소하는 것이다. 창석 또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이지만, 적절한 리액션을 더하며 스스로도 심적인 변화를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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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영화 '아무도 없는 곳'/사진제공=영화 '아무도 없는 곳'


영화는 82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여러 개의 옴니버스식 이야기를 나열했다. 특별한 영화적 장치 없이 대사와 정적인 장면으로 스토리는 전개된다. 하지만 사실인듯 꾸며낸 이야기인듯 한 각각의 스토리는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다. "잘 만든 이야기는 사람이 믿게 돼 있다"는 창석의 말처럼, 어느새 인물들의 상황과 대사에 빠져들게 한다.

또한 늙음, 상실, 죽음 등의 테마를 다뤘지만, 억지스러운 신파로 그리지도 않았다. 단지 삶에서 '빛과 어둠'이 있다면, 어둠 또한 정면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영화를 보고 (관객분들이) 너무 슬픔에만 잠기시진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는 김종관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상실의 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에게 잔잔한 위로와 감동을 전할 것이다.

한편 길 잃은 마음의 이야기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오는 31일 개봉한다.

/임수빈 인턴기자 imsoup@sedaily.com


임수빈 인턴기자 imsou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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