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토요워치] MZ 세대는 '메타버스' 타고 놀아요

■일상이 된 가상세계

가상 인플루언서·걸그룹 아바타 인기

현실·가상 넘나들며 '문화' 자리잡아

美 10대 55%가 가입한 '로블록스'

뉴욕 거래소 상장 후 시총 380억弗

재미 넘어 수익창출…대기업도 관심





‘메타버스(metaverse)’는 초월·변화를 나타내는 ‘메타(meta)’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지난 1992년 출간된 닐 스티븐슨의 SF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SF 소설 속 ‘관념’에서 시작된 메타버스는 30년이 흐른 현재 증강현실(AR)·가상현실(VR)과 결합해 현실과 가상을 잇는 ‘실재’로 다가오고 있다.



메타버스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현실 같은 가상 사회의 등장은 1990년대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한다. 시작은 게임이었다. 가상 세계를 구현한 게임이 인터넷을 만나 ‘커뮤니티’를 구현한 것이다. 날로 발전하는 컴퓨터 성능은 좀 더 현실적인 가상 세계를 그려낼 수 있게 도왔다. 1997년 출시돼 세계적인 인기를 끈 온라인 게임 ‘울티마온라인’은 음식을 먹지 않으면 죽고 땅을 사 집을 짓고 다른 이용자에게 상해를 입히면 수배 당하는 세계를 구현했다. ‘아바타’ 또한 울티마온라인을 통해 널리 퍼지게 된 단어다. 2003년에는 ‘세컨드라이프’가 출시됐다. 사이버 세계 안에 기업을 설립해 큰돈을 번 사례가 등장하고 세컨드라이프를 이용해 선거 유세에 나서는 일도 벌어졌다. 너무나 현실을 충실히 모사해 아바타 간 성행위가 논란이 될 정도였다.





역설적이게도 움트던 초창기 메타버스의 싹이 시든 것은 스마트폰의 등장 때문이었다. 초기 스마트폰은 PC 성능을 따라가지 못했다. 개발자들도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모바일 기기 성능이 크게 개선되고 모바일·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가 성장한 2010년대 후반 들어 다시 날개를 달았다. 메타버스의 토대는 가상과 실재의 경계를 모호하게 인식하는 ‘문화’다. 이 문화를 내재화한 세대가 성장해 주요 소비군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메타버스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관련기사



이제 가상은 현실로 튀어나온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 내에서 선거운동을 벌였다. 청와대는 지난해 어린이날 게임 ‘마인크래프트’ 속에 청와대를 만들어 어린이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아티스트도 현실과 가상을 넘나든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에스파’는 현실의 멤버와 함께 아바타를 내세웠다. 라이엇게임즈는 게임 속 캐릭터로 구성한 걸그룹 ‘K/DA’를 선보였다. 가상 인플루언서도 인기다. 가상 인플루언서 ‘세라핀’은 K/DA 객원 멤버로 참여한 후 게임 캐릭터로 출시됐다. 가상 인물 미켈라는 팔로어가 500만 명을 넘는다. 네이버가 출시한 메타버스 애플리케이션 ‘제페토’는 가입자가 2억 명에 달한다. 전체 이용자 중 10대가 80%다. 걸그룹 블랙핑크, 팝 가수 설리나 고메즈가 제페토 3D 아바타로 만든 뮤직비디오는 조회 수가 1억 회를 넘겼다.

최근에는 다양한 현실에 메타버스가 도입되고 있다. 코딩 교육 스타트업 ‘코드스테이츠’는 지난해 말 교육생들이 모여 ‘알럼나잇’ 세미나를 진행했다. ‘개더타운 플랫폼’에 마련된 가상 콘퍼런스장에서였다. 이름표를 달고 있는 캐릭터들이 대규모로 착석할 수 있는 회의장에는 제각각 다르게 생긴 캐릭터들이 줄을 맞춰 착석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발표자가 강연을 할 때는 캐릭터가 아닌 실물이 등장해 영상으로 강연을 시청하고 끝난 뒤에는 캐릭터들이 무대 앞에 줄지어 서서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순천향대는 이달 2일 열린 입학식을 가상공간에서 진행했다. SK텔레콤과 협업해 ‘점프VR’ 앱 내에 입학식이 열리는 순천향대 대운동장을 구현했다. 자신의 아바타를 멋들어지게 꾸민 21학번 신입생들은 앱 내에서 전광판을 통해 식순을 보고 서로 인사도 나눴다.

이용자들이 모이면 돈으로 연결된다. 10대들은 제페토 내 아바타를 꾸미기 위해 거리낌 없이 지갑을 연다. 가상 인물 릴 미켈라는 지난해 1,17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지난해 4월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내에서 열린 미국 힙합 뮤지션 트래비스 스콧의 라이브 매출은 2,000만 달러에 달했다. 미국 10대 55%가 가입한 메타버스 게임 ‘로블록스’에서 크리에이터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지난해만 3억 3,000만 달러(약 3,700억 원)에 달했다. 로블록스는 이달 10일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직후 시가총액이 380억 달러(약 43조 원)를 넘어섰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연초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신년사에서 “(코로나19로 촉발된)국가 간 이동과 여행 중단, 사교가 제한된 일상이 가상 세계(메타버스)로 진화하는 속도를 10년은 앞당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