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주말레이 北대사관 직원들 모두 떠났다...미국 맹비난도

북한 단교 선언에 말레이 정부 "48시간 내 떠나라" 맞대응

공항으로 출발 전 성명 발표하는 김유성 주 말레이 북한 대사대리./AFP연합뉴스공항으로 출발 전 성명 발표하는 김유성 주 말레이 북한 대사대리./AFP연합뉴스





21일 오전 11시(현지시간)께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을 태운 대형버스가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와 외신들에 따르면 버스가 출발하기 전 김유성 북한 대사 대리는 북한 대사관 밖으로 나와 성명을 발표했다. 김 대사 대리는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번 사태가 가져올 결과물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미국의 극악무도한 정책으로 만들어진 반북 음모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당국은 맹목적으로 미국을 지지했다"며 "말레이시아가 무고한 우리 국민을 미국에 인도함에 따라 양국관계의 근간을 송두리째 파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을 태운 버스는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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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북한 외교관과 직원, 가족 등 북한인 총 33명이 이날 말레이시아를 떠날 것이라고 더스타 등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이를 두고 북한 외교인력과 가족뿐만 아니라 일부 말레이시아에 남아있던 북한 교민이 포함됐을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을 오가는 직항 항공편은 없기에 이들은 중국 등으로 향할 것으로 점쳐진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1973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뒤 우호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VX신경작용제로 암살당한 뒤 양국 관계는 급격히 멀어졌다.

두 나라는 상대국 대사를 맞추방했고, 북한은 자국 내 말레이시아인을 전원 억류해 인질로 삼으면서 단교 직전까지 갔었다. 이후 양국 대사를 서로 보내지 않고 소원하게 지내던 중 말레이시아 당국이 쿠알라룸푸르에 살던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을 자금세탁·유엔 제재 위반 등 혐의로 체포해 미국에 인도하자 북한이 외교관계 단절을 전격 선언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맞대응해 북한 외교직원과 가족들에게 48시간 이내 떠나라고 명령하는 한편 "(김정남 암살사건에 따라) 2017년부터 이미 운영이 중단된 주평양 말레이시아 대사관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9일 성명을 통해 "북한의 (단교)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결정은 비우호적이고, 건설적이지 못하며 상호존중 정신과 국제사회 구성원 간의 우호 관계를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말레이시아는 1973년 수교 후 줄곧 북한을 긴밀한 파트너로 생각했고, 어려운 시기에도 계속 지지했다"며 "2017년 개탄스러운(deplorable) 김정남 암살사건 이후에도 우리는 북한과 관계 강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의 일방적 결정은 부당하고, 불균형적이며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을 촉진하는 데 있어 확실히 지장을 준다"고 재차 비난했다.

이후 쿠알라룸푸르 서부 부킷 다만사라에 있는 북한 대사관 앞에는 현지 매체와 외신 취재진이 몰려들었고, 경찰도 배치됐다. 북한 대사관의 인공기는 전날까지 걸려있었으나 밤사이 내려졌고, 이날 오전 9시10분께 북한 대사관 앞마당으로 대형 버스가 들어가 대기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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