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금소법 25일 시행]‘사모재간접 공모’ 놔둔채 판매사에만 책임

금융위, 공모시장 활성화 목적

사모재간접 방식 투자 길 터줘

손실 큰 '폐쇄형' 절반 넘는데

판매사엔 운용사 감시는 기본

개인 투자자 관리까지 떠넘겨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끝으로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등 사모펀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금융 당국의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완료됐다.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에 운용사를 견제·감시하는 의무를 부과함과 동시에 ‘위법 판매’의 책임까지 지도록 하겠다는 게 골자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모펀드 사태의 근본 원인인 ‘사모 재간접 공모’ 제도를 둔 채 판매사에만 안전판의 역할을 강제하면 되레 분쟁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전체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445조 4,670억 원 중에 폐쇄형이 주를 이루는 부동산 펀드는 107조 6,271억 원(24.1%), 특별 자산 펀드는 105조 67억 원(23.6%)에 달한다. 파생형 금융 상품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등을 포함하면 전체 사모펀드에서 폐쇄형의 비중은 50% 이상으로 추정된다. 폐쇄형 사모펀드는 만기까지 환매가 불가능해 그만큼 손실 위험도 크다.

이 폐쇄형 펀드에 개인 투자가 허용된 것은 지난 2017년부터다. 당시 금융위원회가 공모 시장 활성화를 위해 사모재 간접 방식으로 개인투자자가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원래 사모펀드는 49인을 넘겨 투자를 받을 수 없다. 올 2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기관투자가 전용 사모펀드에 한해 모집 제한이 100인 이하로 늘었다.

오는 25일 시행되는 금소법의 핵심은 이 같은 고위험의 폐쇄형 사모펀드 등에서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를 크게 강화한다는 것이다. 설명 의무를 지키지 않거나 투자자 개인의 투자 등급에 맞는 상품을 권유하는 이른바 적합성 원칙 등 6대 판매 규제를 어기면 투자자가 ‘위법계약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은행·증권사 등이 금소법에 볼멘소리를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사모펀드 사태 이후 금융투자업법과 자본시장법 등의 개정으로 판매사는 이미 운용사를 감시·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소법 시행으로 개인투자자에 대한 판매까지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운용사와 개인투자자의 투자 리스크 대부분을 판매사가 짊어지는 구조다.



한 시중은행의 자산관리(WM) 부서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을 놓고) 내부적으로는 사모펀드를 이제는 은행 창구에서 팔지 말라는 것이랑 똑같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불과 3~4년 전 금융위가 사모펀드를 놓고 블루오션이라며 많이 팔라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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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 시행으로 사모펀드 투자 실패의 리스크는 판매사가 대부분 떠안게 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 ‘객관적’으로 사모펀드에 투자할 만한 등급이 되지 않는 소비자에게 이를 팔거나 설명 의무 등에 충실하지 않는 등 6대 판매 규제를 지키지 않을 경우 판매사가 해당 증권을 되사와야 한다. 예를 들어 만기가 3년인 폐쇄형 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가 만기가 남은 상황에서 펀드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판매사에 위법계약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고 판매사가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지 못하면 해당 시점의 공정 가치를 주고 증권을 사와야 한다. 해당 펀드의 미래 손실이 판매사에 그대로 전가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위법계약해지권 행사의 전제는 위법”이라며 “나중에 소비자가 위법이라고 할 때 그렇지 않다는 것만 증빙하면 사모펀드 판매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판매사는 사모 재간접 방식을 없애는 게 차라리 낫다고 지적한다. 사실상 판매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운용사 감시에 필요한, 그리고 금융소비자법 준수를 위한 인력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비용이 더 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사모펀드는 원래 취지대로 기관만 투자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올 2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사모펀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최원진 JKL파트너스 파트너는 “사모의 공모화가 문제”라며 “사모펀드인데 어떻게 피해자가 수천명이 될 수 있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뉴딜펀드에 사모 재간접 방식으로 국민이 투자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풍선 효과에 대한 우려도 있다. 판매사가 투자 실패 리스크에 대한 비용을 모두 떠안는 경우 판매 수수료나 수탁 비용이 커지고 이를 지불해야 하는 운용사를 더 고위험 투자로 내몰 수 있다. 결국 판매사와 소비자 간 분쟁만 더 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모펀드에 정통한 한 금융권의 관계자는 “펀드에서 손실이 나면 다들 법정으로 가져가려 할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를 소비자가 아니고 리스크를 떠안는 진짜 투자자처럼 인식하던지, 아니면 아예 금지시키는 게 더 맞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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