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에서 아파트 2채를 보유한 A씨 부부. 세금도 절약하고, 요즘 트렌드에 맞춰 2채 모두 부부가 절반(50%)씩 지분을 나눠 공동명의로 했다. 몇 년 새 집값이 크게 오른 데다 정부의 공시가격도 대폭 뛰면서 올해 두 채의 공시가 합산액은 47억 800만원(지난해 42억 8,200만원)까지 높아졌다.
정부가 부부 공동명의를 권장하고 있지만, 이 경우 A씨 부부는 안타깝게도 각자 1채씩을 보유했을 때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세금 폭탄’을 맞게 될 전망이다. 서울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게 의뢰해 이 경우 보유세를 추정(별도 세액공제 없을 경우)한 결과, 부부가 각 1채씩을 보유했을 경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4,067만원이지만 2채를 모두 공동소유했다면 9,853만원을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유세만 놓고 보면 1주택자의 경우 공동명의가 유리하지만 다주택자의 경우 각자 보유가 세금을 덜 낸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이 시작된 가운데 다주택자 부부들은 보유 형태에 따라 보유세 부담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형평성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부부가 사실상 공동으로 소유하는 집인데 이를 각자 갖고 있느냐, 공동명의로 나누냐에 따라 2~3배씩 세금 격차가 발생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공동명의지만 1주택자와 2주택자의 세 부담이 크게 벌어지는 것은 올해부터 정부가 1주택 공동명의 부부에게는 종부세 세액 공제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종부세는 공시가 기준으로 1주택 9억원, 2주택 이상 6억원을 넘긴 경우 부과된다. 문제는 종부세 부과 기준이 개인이 가진 주택을 기준으로 돼있는 탓에 일부 지분만 보유해도 1주택으로 본다는 점이다. 부부가 각각 1주택씩을 가진 경우 1가구 2주택이지만, 부부 각각으로 보면 1주택자다. 하지만 2채를 모두 공동명의로 했다면 부부는 모두 2주택자가 된다.
올해부터 보유 주택 숫자에 따라 세율 격차가 더 커지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조정대상지역에서 1주택자라면 세율은 0.6~3%지만, 2주택자라면 1.2~6%로 두 배 늘어난다. 여기에 종부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는 1주택 공동명의 부부는 고령자·장기보유 세액 공제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정부는 2008년 부부 간 증여세 공제 한도를 3억원에서 6억원으로 완화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세제혜택을 노린 공동소유가 늘어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동명의는 오히려 장려해야 하는데, 정부가 ‘다주택자 때리기’를 하다 보니 나온 부작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부담만을 이유로 보유 형태를 바꾸는 것은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우 팀장은 “보유세는 몇 백~몇 천만원 단위의 문제지만 양도세는 몇 천~몇 억원의 문제”라며 “양도세까지 포함하면 공동명의가 여전히 유리할 수 있다. 집을 팔 계획이 있는지, 차익은 얼마일지 등을 종합해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