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큰 투기적 자산이라고 밝혔다. 또 디지털 달러에 대해서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22일(현지 시간)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국제결제은행(BIS)이 디지털 뱅킹을 주제로 연 원격 패널 토론회에서 “암호화폐들은 매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유용한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니다”라며 “암호화폐는 그 어느 것도 보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암호화폐는 본질적으로 달러보다는 금을 대체하는 투기적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비트코인이 개당 5만 7,000달러(약 6,400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발언 수위도 최근 들어 가장 높았다. 앞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비트코인은 투기적이며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데 이어 연준도 비트코인을 견제하고 나선 셈이다.
파월 의장은 디지털 달러 도입에 대해서도 신중한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더 나은 결제 수단의 개발 필요성을 부각시켰다”면서도 “이것(디지털 달러)을 진행하려면 의회와 정부, 광범위한 대중으로부터 승인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각국이 디지털 화폐 출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부화뇌동하기보다 꼼꼼히 영향을 짚어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연준은 디지털 달러 발행에 앞서 의회에서 관련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은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디지털 화폐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CNBC는 “디지털 달러와 관련한 최종 모델 공개는 2년이 지나야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별도로 이날 파월 의장은 23일 의회 증언을 앞두고 준비한 서면 답변서에서 “미국의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졌다”면서도 “완전한 경기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실업률도 과소 평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경제활동 지원을 계속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23일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대해 추가로 어떤 발언을 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