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마켓

인텔 파운드리 진출에 회의적인 월가…단, 지정학이 새 고려요소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24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특히 기술주가 줄줄이 하락하면서 나스닥이 2% 넘게 빠졌습니다. 반면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한때 연 1.64%대까지 다시 올랐다가 1.61%로 내려왔죠.

전날 시장을 달궜던 인텔은 이날 주가가 2.27% 떨어졌습니다. 월가에서는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진출과 애리조나 공장신설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데요. 적지 않은 이들이 성공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기술분석이 아닌 월가의 반응을 전해드립니다.

TSMC와의 기술격차 2년 반…무빙 타깃 잡기 쉽잖아


이날 투자전문지 베런스는 “인텔이 새 계획을 갖고 있지만 월가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배런스는 증권사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 마크 리파시스의 연구자료를 인용해 인텔은 대만의 TSMC와의 기술격차가 최소 2년 반으로 격차를 줄이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배런스는 인텔이 TSMC를 어떻게 따라잡을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했습니다.

비벡 아르야 BofA 애널리스트는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에 대해 3가지 이유로 회의적이다. /CNBC 방송화면 캡처


비벡 아르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증권 반도체 애널리스트의 생각도 비슷합니다. 그는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나와 자신들이 인텔의 사업성공에 회의적인 이유 3가지를 들었는데요. 이를 살펴보면,

첫째, 인텔이 리딩업체의 제조기술을 따라잡을 근거가 없다

둘째, 아웃소싱, 즉 파운드리 비즈니스는 현재 인텔이 하고 있는 것과 매우 다른 분야댜. 서비스가 중요하며 TSMC는 이미 세계시장의 60%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셋째, 비슷한 시기에 TSMC도 애리조나에 공장을 세운다

결과적으로 TSMC가 무빙 타깃이며 인텔이 쉽게 따라잡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인텔이 사업에 진출하는 동안 TSMC가 가만히 앉아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텔 앞에는 삼성전자도 있죠.


인텔은 커다란 군함 방향 전환 어려워…사업 이해상충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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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변화를 추구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크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씨티는 “인텔이 사업관행을 바꾸려면 많은 파운드리 전문가가 필요한데 인텔은 이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인텔이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almost no chance)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씨티는 인텔의 목표주가를 65달러로 제시했습니다. 이날 2% 넘게 하락해 62.04달러에 마감했으니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보는 겁니다. CNBC의 간판 앵커 짐 크레이머는 인텔의 투자결정을 축하하면서도 “인텔은 전함과 같다. 한 달 안에 갑자기 방향을 바꿀 수 없다”며 “인텔 주식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인텔이 이해상충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봤는데요. 골드만은 “인텔이 별도의 독립된 사업자를 통해 파운드리업을 한다고 해도 인텔과 경쟁하는 대형 팹리스 업체들은 이 회사와의 협력을 주저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삼성과 경쟁하는 애플이 삼성을 꺼리고 TSMC에서 반도체를 조달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미중 갈등에 TSMC 의존 더 이상 어려워…반도체 산업 이제 지정학 살펴야


물론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을 긍정적으로 보는 월가 관계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그동안 인텔이 보여준 기술력이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인데요. 배런스는 “오직 인텔과 AMD만이 개인용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를 만들 때 쓰이는 x86칩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애틀랜틱 에쿼티즈는 “인텔 고유의 설계와 제조기능 조합은 팹리스 기업에 매력적일 수 있다”며 “AMD의 CPU 시장 점유율 상승에 따른 손실을 파운드리에서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에 더 큰 그림이 있다는 건데요. 한 기업과 기술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미국과 패권전쟁의 측면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를 포함한 핵심 공급망을 미국에 두고 싶어한다. 반도체는 중국의 급소이기도 하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를 비롯해 핵심 공급망을 미국에 두려고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 드러났듯 개인보호장비를 모두 외주에 맡겼더니 위급상황이 벌어지자 정작 미국으로 제품을 못 들여오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최근의 자동차 반도체 부족 사태에 따른 GM와 포드의 차생산 차질은 이같은 필요성을 더 크게 만들었는데요.

애플을 비롯한 주요 업체들이 쓰는 파운드리 회사 TSMC가 대만업체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지금의 미중갈등은 반도체와 AI 같은 기술전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데요. 이 중에서도 반도체가 핵심입니다. 중국이 미국을 무서워하는 이유 3가지가 반도체와 달러, 군사력입니다. 미국의 반도체 관련 수출금지와 제재에 버텨낼 수 있는 국가는 현재 없다고 봐야 합니다.

중국 내에서 나오는 얘기 가운데 하나가 TSMC를 통한 반도체 기술 자립입니다. 대만침공시 통일과 함께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한번에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죠. 전면전이 아니더라도 긴장고조와 국지분쟁만 일어나도 TSMC 의존도가 높은 미국 입장에서는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중국과 대만의 무력충돌 가능성을 점차 높게 보고 있는데요. 투자회사 베어드는 “지정학적 상황으로 인해 TSMC에만 의존하는 것은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베어드는 이런 이유 때문에 거꾸로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진출에 낙관적입니다.

미국이라는 국가차원에서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이 추진되면 어떤 식으로든 수요가 생길 겁니다. 반도체 산업도 이제 단순히 기술과 투자, 경쟁력 차원뿐만이 아니라 지정학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봐야 할 때가 오고 있습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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