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암 투병 중에 세상을 떠난 이어령 교수의 딸 고(故) 이민아 목사의 9주기를 맞아 책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가 새롭게 출간됐다. 책은 떠나간 딸에게 전하는 아버지 이 교수의 생각과 생전 딸과 주고받은 편지들을 묶고 있다. 개정판에는 이 교수가 딸을 생각하며 새로 쓴 서문과 초판에 실렸던 시들 대신 그림으로 채워 넣었다.
세상 많은 아버지가 딸을 구한다고 믿지만 실은 딸이 아버지를 구하는 일이 더 많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마지막까지 미숙하기만 했던 아버지로서 딸을 위한다고 했던 일들이 오히려 아이를 외롭게 하지는 않았는지 그는 뒤늦게나마 아쉽고 미안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딸의 출생부터 이별까지 짧은 생애를 회상하며, 그녀가 이 땅에 남긴 자취를 하나둘 되짚어본다.
딸을 잃은 슬픔을 딛고 자신과 비슷한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고자 쓰인 이 글은 독자로 하여금 상실의 고통과 좌절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다정한 독려의 메시지가 되어 준다. “처음에는 나에게만 닥쳐온 비극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모든 사람이 그것을 겪는다. 나와 똑같은 슬픔과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싶은 생각이 든다. 당신도 그랬냐고. 그때 그 골목을 지나다가 그런 기억들이 떠올랐냐고. 그게 죽음인데도 오히려 그 애가 태어나던 때 생각이 나더냐고.” 1만7,000원.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