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3주 만에 낙태약을 먹고 출산한 영아를 화장실 변기 속에 방지해 숨지게 한 친모가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됐다. 법원은 "현재 가장 고통받을 사람은 피고인 본인"이라며 선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윤성묵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A(28·여)씨는 2018년 12월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연인 관계가 된 B(22·남)씨와 성관계 후 이듬해인 2019년 3월께 병원에서 임신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불법 사이트에서 산 낙태약을 일주일간 먹은 A씨는 2019년 5월 25일 오후 자택 화장실 변기에 앉아 여자아이를 출산했다. 그러나 A씨는 아이를 찬물에 그대로 방치해 숨지게 했다. 임신 약 23주째 일이다. 분만 직후 B씨에게 연락해 만난 A씨는 경기도 야산에 시체를 유기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시체를 불태우려 하기도 했다.
1심에서 영아살해·사체유기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A씨와 사체유기죄로 징역 3년을 섣고받은 B씨는 모두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출산 직후 A씨는 울음소리를 들었는데도 그대로 둬 피해자를 호흡곤란에 의한 저산소증과 저체온증으로 숨지게 했다"며 "재태기간(임신) 23주 신생아 생존율은 39.6%로, 즉각적으로 조처했다면 (아이는) 살았을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A씨는 분만 직후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수치심과 가족 등으로부터 받게 될 비난에 대한 두려움으로 범행했다"며 "범행 경위에 고려할 만한 사정이 엿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두 사람이 현재 가장 고통받을 사람들로 짐작되는 상황에서 이 사건이 피고인들에게 큰 상처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앞서 이들은 1심 공판에서도 32번 반성문을 내며 잘못을 인정한 바 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