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 수성구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기는 했지만 ‘국민 평형(전용 84㎡·30평형)’에서 단숨에 분양 가격이 9억 원을 돌파하자 시장에서는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여전히 매력적인 가격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예상 수준을 한참 웃도는 분양가로 인해 ‘청약을 포기해야겠다’는 실수요자들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2일부터 분양가 심사 기준을 바꿔 주변 시세의 최대 90%까지 분양가를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새 기준 적용 결과 수성구 ‘만촌역 힐스테이트’ 가격이 3.3㎡당 평균 2,454만 원으로 결정됐다. 전용 84㎡는 최고 8억 9,926만 원으로 필수 옵션인 발코니 확장비(3,000만 원)까지 더하면 9억 3,000만 원에 이른다. 이는 일반 아파트 기준으로 지방 역대 최고 분양가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심사 기준 개편에 따라 일정 수준의 분양가 상승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상승 폭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 기준에 따른 분양가 통제를 받는 지방권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이번 만촌역 힐스테이트 사례가 알려지면서 부산 분양 시장의 ‘최대어’로 불리는 동래구 온천4구역 재개발 조합은 기대가 한껏 높아져 있다. 지방에서도 이제 현금 부자만 청약할 수 있는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반면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받고 있는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은 ‘역차별’ 논란을 빚게 됐다. HUG의 고분양가 심사 기준은 서울 등 분양가상한제 지역에서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은 서울 18개구 309개 동과 경기 광명·하남·과천 13개 동 등 322개 동이다. 이곳에서는 시세가 아닌 건축비와 택지비를 고려해 가격이 산정된다.
분양가 역전 혁상은 벌써 감지되고 있다. HUG의 민간 아파트 분양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분양가는 올해 들어 낮아진 반면 지방 광역시는 오르는 모습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12월 ㎡당 평균 분양가가 856만 6,000원이었지만 지난달에는 854만 원으로 2만 6,000원(0.3%) 뒷걸음질 쳤다. 경기도 같은 기간 438만 6,000원에서 438만 2,000원으로 하락했다. 반면 지방 광역시의 경우 울산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이 기간 동안 분양 가격이 올랐다.
한 전문가는 같은 분양가를 두고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에서 다른 잣대로 가격 산출이 이뤄지는 셈으로 이에 따른 혼란은 고스란히 시장이 떠안게 된다고 말한다. 서울에서는 상한제로 ‘로또 분양’이 나오고 지방에서는 높아진 분양가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기준이 다르다는 점 자체에 대해서는 양쪽 모두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분양가를 너무 옥죌 때 나타나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