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밴드가 하는 음악에 대해 저희는 무가(巫歌·무속인이 굿을 하며 구연하는 사설과 노래)를 토대로 한 새로운 음악이라고 소개하죠. 크로스오버나 퓨전 국악 정도로 분류되는 게 아쉽거든요. 지난 달 개최됐던 한국대중음악상에서 R&B·소울 부문 후보에 올랐었는데, 그게 오히려 맞는다고 생각해요”(밴드 추다혜차지스의 리더, 추다혜)
지난해부터 판소리·민요 등 각종 국악 장르와 현대의 대중음악을 섞어 만든 ‘퓨전 국악’ 뮤지션들이 잇따라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작년 5월 1집 ‘오늘 밤 당산나무 아래서’로 데뷔한 밴드 추다혜차지스도 그렇다. 이들은 앨범 수록곡 ‘리추얼 댄스’(Ritual Dance)로 지난달 열린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R&B·소울 노래’를 수상하며 작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선정위원회는 이 곡에 대해 “펑키한 연주 위에 무가가 얹어진,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놀라운 음악”이라며 “펑크와 90년대 재즈 랩, 무속 음악이 한데 어우러져 벌이는 난장은 황홀한 음악적 경험”이라고 평가했다.
30일 마포문화재단이 온라인으로 공개한 ‘밤섬 부군당 도당굿 오마주’ 공연을 앞두고 최근 서울경제와 만난 밴드 멤버들은 자신들의 곡이 이렇게 흑인 음악으로 분류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을 맡고 있는 소리꾼 추다혜는 “굿을 처음 접하고 무가를 보면서 처음으로 들었던 느낌이 펑키(funky)함이었다”며 “음악적 방향성을 정하고 난 뒤에도 이런 무드를 전달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이들의 음악이 처음 주목 받은 곳은 흑인 음악 커뮤니티였다.
추다혜 외에 다른 멤버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몇몇 곡은 초기엔 흑인 음악을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사전에 준비해 온 연주에 무가를 얹으니 자연스레 힙합 리듬이 됐다. 기타를 연주하는 이시문도 “처음 곡을 발매하며 장르를 분류할 때 크로스오버로는 넣고 싶지 않았다”며 “차라리 힙합으로 분류하는 게 어떻겠냐고 했고 멤버들도 동의했다”고 돌아봤다. 베이시스트 김재호는 “굿을 보고 나서 가장 서민적인 예술이자 잔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에서 프리스타일 랩을 길거리에서 하는 것 같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색과 잘 맞는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국악과 대중음악을 넘나드는 음악적 범위 덕에 이들은 다양한 무대에 서고 있다. 앞서 지난 25일에는 국립국악원 주최 온라인 공연 ‘사랑방중계’ 무대에 섰고, 다음 달에는 홍대 앞 클럽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다. 추다혜는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니 감사하다. 코로나 19 여파로 공연계나 대중음악계나 모두 위축돼 있는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생겨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충분하다 느낄 정도의 음악적 시도를 하지는 못했는데, 에너지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포문화재단 공연도 그 중 하나다. 이번 공연에서 오마주하는 밤섬부군당도당굿은 한강 밤섬에 살던 주민들이 1960년대 여의도 개발의 여파로 섬이 폭파 되면서 집단 이주한 후 섬의 전통을 잇고자 행했던 마을 굿이다. 주민들 이주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신당을 짓고 굿을 하는 일이었고, 꾸준히 전승되면서 서울시 무형문화재로도 지정됐다. 추다혜차지스는 앨범 수록곡 중 한 곡에 밤섬부군당도당굿의 사설을 붙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시문은 “평소 차를 타고 밤섬을 지나면서도 저 곳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었을 정도”라며 “참여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