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시그널 FOCUS] 현찰만 1조…동서식품의 말 못할 고민

인스턴트 커피 최강자 원두 시장 확대에

사업 다변화 등 신사업 절실하지만

매년 7,000억 저축하고 보수적 경영

"시너지 낼 사업 영역 찾아 나서야"

동서식품 브랜드동서식품 브랜드




유례없는 유동성 장세를 맞아 개인도 기업도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시대다. 특히 주요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사모펀드(PEF)에 출자하고 기회의 창을 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다. 투자사로 변신한 SK㈜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수년째 1조 원 가까운 현금을 쌓아두고 ‘현찰 경영’을 이어가는 기업도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주인공은 인스턴트커피 ‘맥심’과 ‘카누’로 잘 알려진 동서(026960)식품이다.



동서식품은 지난 1970년 코스피 상장사인 ㈜동서와 미국 대형 식품 기업인 몬델리즈(크래프트)가 50 대 50 합작사 형태로 설립했다. 몬델리즈로부터 커피 기술 등을 이관받아 반백 년 가까이 인스턴트커피 왕좌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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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점은 동서식품의 재무제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유동자산이 1조 990억 원인데 사실상 현금으로 볼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이 7,462억 원에 달한다. 특히 단기금융상품만 7,1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만기 1년 정도의 상품에 투자해 3% 전후의 이자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전체 자산(1조 3,858억 원) 중 현찰 비중은 53.4%에 달한다. 여느 기업처럼 현금으로 건물을 사거나 주식을 사지 않고 차곡차곡 저축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유동자산 1조 원을 넘긴 후 매년 70% 가까이 저축하고 있다. 매출은 2년 연속 1조 5,000억 원에 영업이익도 2,100억 원 수준이다. 영업 활동으로 매년 수백억 원의 현금 흐름을 기록하고 연 1,000억 원 이상을 주주들에게도 배당한다.

동서식품뿐 아니라 동서식품 지분 50%를 가진 공동기업 ㈜동서 역시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쳐 6,44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동서는 NH지역농축협정기예금과 수협 정기예금 등에 나눠 투자해놓았다. 두 회사의 보유 현금만 1조 3,000억 원이다. 현금이 많아 ㈜동서의 단기 차입금은 3억 원 정도다. 동서식품은 단기 차입금 자체가 없다.

동서식품 입장에서도 고민은 있다. 보유 현금을 쓸 만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매출의 70%가 믹스 커피에서 나오는데 최근에는 원두커피 수요가 급증하며 사업 다변화가 절실하다. 믹스 커피 시장은 2017년 1조 2,000억 원에서 2019년 8,933억 원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해외에서 맥심 커피가 선풍적 인기를 끈다지만 해외 판권은 지분 50%를 보유한 몬델리즈가 갖고 있다. 해외 진출을 통한 성장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더욱더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현금 경영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시대에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가진 만큼 더 적극적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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