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청년 민심 붙잡으려는 부동산 정책에…“정부·여당 불신 증폭”

금융계 “주택 구입 문화 고려하면 시장성 낮아”

당국 협의 안한 정책에 여당발 시장 혼선 우려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이 31일 청년층을 겨냥해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 국가보증제’ 도입을 제안한 것을 두고 정치권과 금융계에서는 현실성 없는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여당의 최근 행보는 대출을 조여온 정부의 노선과 달라 기존 정책과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이 위원장이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내세웠다가 현실화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도 공염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주택 구입 문화를 고려하면 이번 대책은 시장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젊은 나이에 집을 사는 인구가 많은 미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청년층이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0대 전후에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인데 사회 초년생에게 빚을 내 집을 사라는 정책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이 정책으로 시행되더라도 실제 청년층의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30세에 노동 시장에 진입해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은퇴 후 80세까지 원리금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모기지 대출, 청년·신혼세대 안심대출, 1인 가구용 소형 주택 확대 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별도의 재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도 우려의 요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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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내놓는 부동산 대책에 금융당국은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여당발(發) 시장 혼선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4월 중 비주택 담보대출까지 금융 규제를 강화하되 장기 무주택자나 청년층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10%포인트 상향조정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금융당국과의 협의 없이 7년 이상 장기 거주 1주택자에게도 LTV와 총부채상환(DTI) 비율을 상향하는 방안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직자 투기 및 부패 방지 조사와 관련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의 현안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권욱 기자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직자 투기 및 부패 방지 조사와 관련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의 현안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권욱 기자


금융당국은 여당에 밀려 ‘대출규제 완화’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경우 주택 시장 안정화 기조가 흔들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한 가계대출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전날 “가계부채를 줄이는 것은 부동산 안정 효과가 있지만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 상반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제안에 현실성이 없어 정부·여당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의 부동산·금융계 상황과 집값이 오르는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낸 대책”이라며 “현실성이 없어 정책으로 입안되기 쉽지 않다”고 비판했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고,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 교수는 “이 위원장이 오늘(31일) 말한 것은 당론을 떠나 차기 대선 후보로서의 자기 생각이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도 이 위원장의 이날 발언을 두고 “유권자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도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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