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국무회의에서 “그동안 신용이 높은 사람은 낮은 이율을 적용 받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신용이 낮은 사람들이 높은 이율을 적용 받는 구조적 모순이 있었다”고 말했다. 법정 최고 이자율을 연 24%에서 20%로 인하하는 시행령을 의결한 뒤 한 얘기다. 문 대통령은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지 않도록 형평성 있는 금융 구조로 개선되게 노력해달라”고 했는데 금융회사들로서는 어떤 식이든 행동으로 답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따뜻한 자본주의’를 위해 금융 취약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뜻에서 선의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걸음만 더 들어가면 금융회사의 존립 근거를 흔드는 위험한 발언이다. 외환 위기를 거치며 우리는 금융회사의 첫째 덕목이 ‘위험 관리’에 있음을 똑똑히 지켜봤다. 신용도를 무시하고 외부의 입김과 주관적 잣대가 들어간 여신은 부실로 변했고 은행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다. 문 대통령의 금리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뒤늦게 “말을 너무 압축해 오해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 산업은 끊임없이 관치 금융과 정치 금융의 논란에 휩싸여왔다. 코로나19로 힘든 중소기업에 대한 원리금 일괄 연장은 ‘부실의 이연’이라는 문제에도 위기를 넘기고 보자는 뜻에서 금융회사들도 순순히 수용했다. 하지만 당국이 민간 회사의 배당을 제한하고 정치권이 이익공유제를 압박하는 것은 금융회사의 사적 영역을 침해하는 것이다. 임기 막판 금융 공기업 등에서 벌어지는 낙하산 인사는 금융 산업의 수준을 밑바닥으로 떨어뜨리는 행위다. 금융 산업은 때로는 공적 역할이 필요하지만 어디까지나 민간의 영역이다. 오죽하면 환란 이후 ‘금융기관’ 대신 ‘금융회사’로 명칭을 바꿔 불렀겠는가. 정부와 정치권은 금융을 공공의 울타리에 가두는 한 글로벌 경쟁력은 요원하다는 사실을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