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판매 중인 합성가죽 소파 19개 중 84.2%에 해당하는 16개 소파에서 내분비계 교란 물질인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4개 제품에서는 발암 물질인 카드뮴 혹은 납도 나왔다. 요가매트, 슬리퍼, 휴대폰 케이스 등에 적용되는 유해물질 안전기준이 합성가죽 소파에는 적용되고 있지 않은 만큼 보다 철저한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합성가죽 소파 19개 제품을 대상으로 안전성 및 표시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1일 밝혔다. 유럽연합(EU) 기준을 따르면 피부 접촉이 이뤄지는 모든 소비제는 0.1% 이하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함유해야 하지만 국내의 16개 합성가죽 소파의 바닥 방석에서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5.7%부터 32.5%까지 검출됐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간·신장 등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내분비계 교란 물질로 남성 정자수 감소, 여성 불임 등 생식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발암물질이 검출된 소파도 있었다. 16개 제품 중 3개에서는 838.8㎎~2,132.2㎎(1㎏ 기준)의 납이 검출됐다. EU의 허용 기준인 500㎎을 훌쩍 넘는 수치다. 16개 제품 중 1개에서는 128.2㎎(1㎏ 기준)의 카드뮴도 나왔다. EU는 100㎎ 이하의 카드뮴만 허용한다. 납과 카드뮴은 각각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인체발암가능물질로 분류한 성분들이다.
장시간 피부 접촉이 이뤄지는 소파에서 이처럼 높은 함량의 유해물질들이 검출된 것은 합성가죽 소파가 적용받는 안전기준에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납·카드뮴 등 3개 유해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합성가죽 소파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의해 '가구 안전기준'을 준수해야 하는데 이 안전기준은 폼알데하이드, 아릴아민, 염소화폐놀류, 유기주석화합물, 6가 크로뮴, 다이메틸푸마레이트 등 6개 물질에 대한 기준만 두고 있다.
반면 소파보다 피부접촉 빈도가 낮은 요가매트, 주방매트, 슬리퍼, 휴대폰 케이스, 변기시트 등 합성수지 제품들에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납, 카드뮴 함유량에 대한 안전 기준이 있다. 합성가죽 소파 역시 합성수지 재질로 만들지만 '합성수지제품 유해물질 안전기준'의 적용 대상에서는 제외돼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원이 조사한 19개 소파 전 제품이 표시사항을 일부 또는 전부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성가죽 소파는 가구 안전기준에 따라 제품 또는 최소단위 포장에 품명, 외형치수, 마감재, 쿠션재, 제조·수입자 등에 대한 정보를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19개 제품 중 15개 제품이 제조·수입자를, 17개 제품이 쿠션재 등을 표시하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기술표준원에 소파 등 피부접촉이 빈번한 제품에 대해 유해물질 허용 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표시사항에 대한 감독·관리 강화도 요구할 계획이다. 한국소비자원은 “EU는 소파를 포함해 피부 접촉이 이뤄지는 모든 소비재에 대해 엄격한 유해물질 안전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합성가죽 소파에 대해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납, 카드뮴의 함량 허용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유해물질이 검출된 16개 소파를 제작·판매하는 사업자는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지했고 취급하고 있는 모든 합성가죽 소파의 품질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표시사항이 미흡한 19개 소파 제작·판매 사업자도 표시 사항을 더 철저히 표시하기로 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