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월부터 우리나라가 달에서 헬륨-3, 물, 산소, 달 기지 건설용 건설 자원 등 5종 이상의 원소 지도를 제작한다. 100m급 해상도로 달 표면의 태양풍 등을 연구하는 편광 영상과 지질·자원 연구를 위한 티타늄 지도도 만든다. 달 주위의 미세한 자기장도 측정한다.
이는 내년 8월 미국 스페이스X 발사체에 실어 달에 보내는 한국형 달 궤도 탐사선(KPLO·Korean Pathfinder Lunar Orbit)이 벌일 주요 활동 내용이다. 달 궤도선은 달 100㎞ 상공에서 2023년에 1년간 달 궤도를 돌며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발사 이후 수개월간 정상적인 궤도 활동에 들어갈 준비를 하게 된다. 정부는 달 궤도선에 2016년부터 내년 7월까지 당초 1,978억 원의 예산을 잡았다가 약 2,255억 원으로 늘렸으며 올해 추가 증액 여지가 있다.
이번 달 궤도선에는 국내에서 개발하는 탑재체 5종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탑재체 1종이 실린다.
우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하는 고해상도 카메라로 최대 해상도 5m 이하, 위치 오차 225m 이하로 달 표면을 관측하고 2030년 달 착륙선 후보지도 탐색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하는 광시야 편광 카메라로는 100m급 해상도로 세계 최초 달 표면 편광 영상을 찍어 미소 운석 충돌, 태양풍, 고에너지 우주선 등에 의한 우주 풍화를 연구한다. 지질 연구와 자원 탐사에 쓰일 티타늄 지도도 산출한다. 경희대가 개발하는 자기장 측정기로는 달 주위의 미세한 자기장(±1,000nT 범위)을 측정해 특이한 자기 이상 지역과 달 우주 환경을 연구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개발하는 감마선 분광기로는 달 표면의 감마선을 측정해 헬륨-3, 물, 산소, 건설 자원 등 5종 이상의 원소 지도를 만들어 지질·자원 연구를 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우주 인터넷 검증기로는 지구에 보낼 우주 인터넷 통신 기술을 검증하고 메시지와 파일·동영상을 전송하게 된다.
나사의 섀도캠(ShadowCam)으로는 얼음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달의 남극 등 영구 음영 지역을 고해상도로 촬영한다. 나사는 심우주 항행 기술과 심우주 네트워크 무상 사용 등도 지원하며 지난해 말 달 연구에 참여할 과학자 9명을 선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4년 달 탐사 활용 연구를 할 10명 안팎의 연구자를 선발한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국장)은 “우리나라의 첫 달 탐사선은 최초의 우주탐사 시도로 우주개발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아르테미스 성공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르테미스는 미국이 우방국들과 함께 2025년까지 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Gateway)을 비롯한 달 유인 탐사를 하려는 것이다. 당초 2024년 목표에서 1년 정도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전에 무인과 유인 달 궤도선을 순차 발사한 뒤 남녀 우주비행사가 1주일가량 체류하며 이후 유인 화성 탐사에 도전하게 된다. 2020년대 말까지 최장 2개월간 우주인이 상주하는 캠프도 구축한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미국이 중국의 우주 굴기를 견제하며 1970년대 중반 중단했던 달 탐사를 50여 년 만에 재개했다“며 “우리도 아르테미스에 참여하려면 민간 우주 생태계를 구축하는 뉴 스페이스와 일관된 우주탐사 목표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나사가 지난해 10월 달 기지 운영과 자원 개발 등을 위한 ‘아르테미스 국제협정’을 체결할 때 자금력과 우주 기술력 미비 등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협정에는 미국·일본·영국·호주·캐나다·이탈리아·룩셈부르크·아랍에미리트 8개국이 1차 연합군으로 참여해 달 탐사, 탐사 시스템 개발, 데이터 공개, 우주 쓰레기 처리 등 10개 조항에 합의했다. 항우연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나사에 2018년 말 게이트웨이 참여를 위한 공문을 보냈고 2019년 7월에는 유·무인 달 탐사와 게이트웨이에 궤도 간 우주 운송기, 나노 위성, 우주 인터넷 등 6개 우선 협력 분야를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이 국장은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승선 우주비행사인 빌 넬슨이 나사 국장에 최근 지명돼 상원 인준 청문회를 통과하면 미국과 다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협의할 것”이라며 “이미 천문연은 달 유인 탐사를 위한 착륙선의 탑재체 일부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2030년에는 자체 발사체로 달에 착륙선을 보내 여러 시료도 채취할 계획이다. 위성은 세계 7대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우주 발사체는 올해 10월과 내년 5월 두 차례 한국형 발사체(누리호) 발사를 통해 자립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기지에서 누리호의 핵심인 1단(75톤 추력 로켓 4개 묶음) 연소 시험을 참관한 뒤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세계 7대 우주 강국’의 꿈이 쑥쑥 자라고 있다”고 밝혔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미국·유럽·러시아·중국·일본·인도 등 기존 우주 강국은 물론 룩셈부르크·아랍에미리트 등도 우주개발·탐사를 통해 과학기술·산업·안보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