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물량 부족으로 접종이 지연되고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면서 러시아산 '스푸트니크 V' 백신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1일(현지시간) 영국의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러시아 정상은 지난달 30일 열린 3국 화상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제 '스푸트니크 Ⅴ' 코로나19 백신의 EU 내 승인과 현지 합작 생산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은 세 정상이 이런 내용을 논의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독일은 그동안 스푸트니크 V 백신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계속 보내왔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독일 정부 대변인은 지난주에 유럽의약품청(EMA)의 사용승인이 난다면 독일이 스푸트니크 V 접종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지난주에 "EMA가 사용승인을 한 모든 백신을 환영한다"면서 러시아산 백신 사용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프랑스는 신중한 태도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지난주 라디오에 출연해 "스푸트니크 V 백신은 연대와 지원의 수단이라기보다는 프로파간다(선전)와 공격적 외교의 수단 측면이 강하다"면서 부정적인 어조로 말했다.
프랑스 출신인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도 '유럽 자체의 백신 확보 계획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므로 스푸트니크 V 백신이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로 발언해왔다. 이에 스푸트니크V를 제조한 러시아 국립 가말레야 전염병·미생물학 센터는 트위터를 통해 “브르통 집행위원의 언급은 선입견”이라면서 "이것이 EU의 공식 입장이라면 우리에게 EMA 승인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알려달라"고 반박했다.
스푸트니크 V는 EMA의 승인 심의를 받고 있는 상태다. EMA는 이달 중으로 전문가들을 러시아에 보내 임상시험 데이터와 백신 제조공정을 살펴볼 예정이다. EMA의 사용승인을 받게 되면 스푸트니크 V는 EU에서 허용한 최초의 비(非)서구 개발 백신이 된다.
이런 가운데 EU 회원국인 오스트리아가 러시아산 백신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스푸트니크 V 백신 100만도스(1도스=1회 접종분량) 도입을 러시아 측과 협의 중이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지난달 30일 성명에서 "백신 고려 시 생산국가가 아닌 효능과 안정성만 검토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100만회분 백신을 추가로 확보한다면 정상화를 앞당기고 많은 인명과 일자리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U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초기에 물량 확보가 원활하지 않아 지연됐다. 그러나 화이자, 모더나, 존슨앤드존슨,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백신이 내달부터 3억도스 이상 확보될 예정이라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