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화 3세 김동관의 테슬라論 [재계 인사이드]

인공위성 기업 무보수 사외이사

연봉 1弗 빅테크 CEO와 비교

金, '한화=성장 기업' 인식 강해

무배당 정책도 테슬라 등 참고

"배당 재원, 신성장 사업 투자"

“전기차 만드는 테슬라와 위성 쏘는 스페이스X 경영자는 한 사람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2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009830) 사장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그치지 않고 항공우주 사업으로 보폭을 넓히는 것을 두고 이렇게 설명하는 자료를 낸 적이 있다. 김 사장이 항공우주 사업에 전문성이 있느냐는 시장의 의구심을 가정해 놓고 이를 설명하면서 테슬라와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를 소환한 것이다.

김 사장은 지난달 주총에서 국내 민간 인공위성 벤처 기업인 쎄트렉아이의 등기임원(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됐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는 쎄트렉아이가 한화 측에 김 사장의 이사회 합류를 요청했고, 이를 김 사장이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주목을 받았던 점은 김 사장이 무보수 사외이사로 일한다는 것이었다. 한화는 공식 배포 자료에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스티브 잡스 등 혁신가들과 김 사장의 사진을 나란히 띄워놓고 그들의 연봉이 1달러라는 점을 환기시켰다.

한화그룹이 지난 2월 제작해 언론에 배포한 이미지.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국내 민간 인공위성 업체 쎄트렉아이에서 무보수 이사로 일하게 됐다는 점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혁신 CEO들이 연봉으로 단 1달러를 받는다는 점을 비교해 놓았다./사진제공=한화한화그룹이 지난 2월 제작해 언론에 배포한 이미지.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국내 민간 인공위성 업체 쎄트렉아이에서 무보수 이사로 일하게 됐다는 점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혁신 CEO들이 연봉으로 단 1달러를 받는다는 점을 비교해 놓았다./사진제공=한화





전기차·우주 사업을 하는 일론 머스크와 신재생에너지·우주 사업을 하는 김동관. 그리고 1달러 연봉을 받는 혁신가들과 무보수 이사로 인공위성 업체 사외이사로 일하는 김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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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교는 타당한 것일까. 한화 안팎의 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김 사장은 내부 직원들에게 “한화솔루션은 성장한 회사가 아니라, 앞으로 한참 커야 할 성장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한다. 석유화학 사업에 있어서는 수십 년의 전통을 가진 회사가 맞지만, 수소·태양광 등의 영역에 있어서는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한다는 것이다. 국내 시각에서 봤을 때야 한화가 재계 7위의 대기업이지만 글로벌 관점, 특히 수소·우주 등 신성장 사업 영역을 놓고 봤을 때 한화는 벤처기업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 김 사장 생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사장 같이 외국에서 공부한 젊은 오너 3~4세들은 회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국내 관점이 아니다”라며 “해외에서 ‘한화’라는 브랜드를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전했다. 김 사장은 미국 명문 세인트폴 고등학교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김 사장의 이러한 인식은 한화솔루션의 배당 정책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배당을 아예 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이 역시 김 사장의 ‘한화=성장 기업’과 맞닿아 있다. 배당 정책을 의사결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임원들은 주주 반발을 최소화하고 주주 친화적 면모를 대외에 알리기 위해 소액이라도 배당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했지만, 김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은 무배당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대표적인 성장기업인 테슬라도 무배당을 하고 그 돈을 미래 사업에 투자한다”는 논리로 반대 의견을 설득했다고 한다. 한화솔루션은 ‘성장주’인 만큼, 배당 재원을 수소와 태양광 등 미래 신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주주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였다. 한화솔루션은 앞으로 5년 간 2조8,000억원을 태양광·그린수소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1조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한화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이 테슬라와 애플 같은 첨단 기술과 혁신의 최정점에 있는 기업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본다”고 말했다. 김 사장을 주축으로 항공 우주 분야 밸류체인을 차근차근 구축하고 있는 한화그룹은 궁극적으로 민간 차원에서 인공위성을 쏘는 날이 오길 기대하고 있다. 그때가 되면 김 사장이 자타공인 ‘한국의 머스크’로 불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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