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와중에 여전히 일부 학교들은 머리 묶는 모양에서부터 머리핀 재질과 양말 색깔까지 제한하는 ‘나노(nano) 학칙’을 고집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학생들은 지나친 복장·두발규제는 인권침해라고 반발하는 반면 학교 측은 과거부터 이어져 온 전통이라고 맞서고 있다. 충분한 대화와 논의를 통해 통제와 자율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서울경제가 학교 정보 공시 사이트 ‘학교알리미’에 게재된 서울 38개 여자중학교의 생활규정을 살펴본 결과 전체의 18%에 해당하는 7곳은 머리를 묶은 모양과 높이, 단발 모양, 머리핀·머리끈 종류, 양말 색깔까지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규정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긴 머리는 하나로 묶거나 양 갈래로 땋을 수 있고 똑딱핀·플라스틱 재질의 핀을 사용해야 한다’(관악구 A여중), ‘장식이 없는 머리끈을 사용해 머리를 귀 높이로 단정히 묶어야 한다’(동작구 B여중), ‘머리를 동그랗게 말아서 묶어선 안 되며 망이 있는 핀·리본·머리띠 사용은 금지된다’(중랑구 C여중) 등 머리를 묶은 형태와 도구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자세히 명시한 내용이 많았다.
이른바 ‘숏컷’이라 불리는 단발 모양에 대한 규정도 있었다. B 여중, C 여중과 종로구 D 여중은 귀가 보이거나 층이 진 커트 머리를 금지했다. ‘혐오스러운 머리를 금한다’(서대문구 E여중), ‘유행하는 단정하지 못한 머리나 성인용 머리 장식은 하지 않는다’(강서구 G여중) 등 추상적인 규정을 둔 학교도 있었다. 머리뿐 아니라 학생들이 신는 양말에 대한 규정도 존재해 E여중의 경우 춘추복에는 흰색, 동복에는 검정색 양말을 신도록 했고 A여중에서는 레깅스 착용 시 발목이 드러나는 양말은 신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 중고교도 예외는 아니다. 청소년단체 ‘아수나로’가 받은 240여건의 제보 가운데 울산의 한 중학교는 목선이 드러나 야하다는 이유로 머리카락을 동그랗게 말아 올린 일명 ‘똥머리’를 하지 못하게 했다. 진주의 한 여고는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숏컷’을 금지했고, 대전의 한 고등학교는 학칙에 관련 규정도 두지 않은 채 두발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두발·복장 규제를 놓고 학교와 학생들 간 의견은 엇갈린다. 치이즈(가명) 아수나로 활동가는 “머리끈 모양과 양말 색깔은 공부하는데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닌데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규제가 있다”며 “이걸 어겼다고 해서 징계와 벌점을 받고 ‘문제아’ 소리를 듣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반면 서울의 한 학교 관계자는 “학교마다 과거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라는 것이 있다”며 “갑자기 규정을 뒤엎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어느 정도의 규율이 필요한 교육현장의 특성을 감안해 적절한 균형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논란은 자유주의적 교육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부 학교들이 저항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현실적으로 모든 규제를 풀기 어려운 만큼 학생 두발과 복장에 대해 어디까지 규정하는 것이 적절한 수준인지 사회적 논의를 통해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