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미국의 대기업 상당수가 연방 법인세를 한 푼도 안 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조세경제정책연구소 보고서를 인용해 미 대기업 중 최소 55곳이 수십억 달러의 수익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연방 법인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들 기업은 세법에 명시된 합법적인 공제 또는 면제 조항을 다양하게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명 소프트웨어 업체인 세일즈포스와 대형 전력회사 콘에디슨 등이 작년 세금을 전혀 내지 않은 기업으로 보고서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페덱스, 나이키, 듀크에너지 등 26개 기업은 지난해뿐만 아니라 지난 3년간 연방 법인소득세를 내지 않거나 오히려 수백만 달러 규모의 세금 환급을 받았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이들 기업이 3년 동안 총 770억달러(약 87조원)의 합산 수익을 거뒀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충격적인 결과다.
대기업들이 돈을 많이 벌면서도 세금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감세 조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덕분'이다.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주도로 통과된 개정 세법은 법인세율을 종전 35%에서 21%로 낮춘 것에 더해 새로운 장비와 기계에 대한 투자 비용을 감가상각할 수 있게 허용했다.
이에 따라 디트로이트 기반 유틸리티회사인 DTE에너지는 낡은 인프라 현대화와 새 태양광·풍력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이유로 3년간 연방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듀크에너지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법 조항을 이용해 90억달러 상당의 연방세금을 뒤로 미룰 수 있었다.
또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도입된 2조2천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법에서 2020년 발생한 손실로 직전 몇 년간 벌어들인 수익을 상쇄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도 대기업들의 '세금 줄이기'를 도왔다. 페덱스가 이 조항을 활용해 세금을 줄인 기업 중 하나라고 NYT는 전했다.
이번 보고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법인세를 28%로 올리고 일종의 '최소 세금' 제도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직후에 나와 더욱 주목된다. 2조 달러(약 2천260조 원)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 건설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이든 대통령은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연소득 40만 달러(약 4억5천만 원) 이상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37%에서 39.6%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바이든 정부의 세제개혁안이 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공평한 과세가 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