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블 때 밥 믹이는 게 가장의 역할 아닙니까? 시장이 되면 시민 1인당 1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동백전(부산지역화폐)’으로 지급하겠습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 3일 부산 해운대구 반여농산물 유세장에서 재난지원금 지급을 약속하자 시민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날 하루 종일 굵은 빗줄기가 끊이지 않았지만 김 후보는 해운대구, 기장군, 금정구 부산대 등을 종횡무진하며 ‘힘 있는 여당 시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을 비롯해 이광재 의원, 윤영찬 의원, 허영 의원, 홍정민 의원 등 수도권과 강원에 지역구를 둔 현역 의원들도 총동원됐다.
특히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선 주자로서 명운이 걸린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하루 종일 김 후보와 함께 부산 곳곳을 누비며 대형 개발 공약을 소개하는 등 ‘경제시장 김영춘’ 지지를 간곡하게 호소했다. 그는 “부산이 활기를 되찾기 위한 가장 강력한 한 방이 내려졌다. 바로 가덕 신공항”이라면서 “2030년에는 부산 엑스포 개최를 성공시키겠다. 관광객 5,000만 명이 찾는, 부산 역사상 전에도 없고 앞으로도 있을지 없을지 모를 행사를 실시해 부산을 아시아 최고의 해양 도시로 부상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는 가운데 김 후보 측은 가덕도신공항 조기 착공을 비롯해 재난지원금 지급, 대기업 유치 등 여당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하면 빠르게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생각이다. 김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부산으로 내려와 4번 도전해 3번 떨어졌다”며 감정에 호소하면서도 “정권을 심판하자고 외치는 야당에서 시장이 되면 문재인 정부 남은 1년 동안 (중앙정부와) 협조가 잘 되겠는가?”라며 개발의 적임자임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여당의 이러한 전략에 호응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택시 기사 이 모(60) 씨는 “야당이 집권해봐야 사실 부산에 도움이 될 것도 없다. 민주당이 밉기는 하지만 그래도 1번을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장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남성 역시 “기장군까지 기존 지하철을 연장해 신설하겠다고 약속한 지가 10년이 넘었지만 전혀 진척된 게 없는 상황”이라며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앞선다고 하지만 실제 민심이 그런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여당보다는 야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재보궐 선거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실제 4·7 재보궐선거 최종 사전투표율은 20.54%로 집계됐지만 부산은 이보다 한참 낮은 18.65%에 머물렀다. 부산 서구에 사는 심 모(37) 씨는 “박 후보는 엘시티 의혹 등을 보면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김 후보는 인지도가 떨어져 잘 모르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며 “주변에서 이렇게 선거에 관심이 없는 것도 처음 겪는 일이다. 나도 투표장에 가서 직접 기권표를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산=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