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상승 폭을 줄이는 가운데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국지적 강세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지난 2월 5일 0.17%에서 지난 2일 0.07%로 두 달 연속 오름 폭이 감소했다. 이 중 서울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1.83% 올라 일반 아파트값 상승률(1.47%)보다 0.36%포인트 높았다.
이는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 금리 인상,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우려가 더해지며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는 분위기지만,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재건축 규제 완화를 언급하면서 기대감이 커지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2차 전용면적 110.82㎡의 매매가는 지난달 23일 처음으로 30억원(13층)을 돌파했고 이달 1일 32억5,000만원(8층)으로 역대 최고가를 또다시 경신했다. 이 단지가 속한 압구정2구역(신현대 9·11·12차)은 현재 조합 설립을 목전에 뒀다.
역시 조합 설립 인가를 앞둔 압구정3구역(현대1∼7, 10·13·14차·대림빌라트)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아파트 1차 전용면적 196.21㎡는 지난달 15일 63억원(10층)에 팔려 그 전달 5일에 체결된 매매가(51억5,000만원·3층)보다 무려 11억5,000만원이나 올랐다.
안중근 압구정3구역 조합장은 "조합 설립 인가 직전인 데다, 서울시장 후보들이 재건축 규제 완화를 언급하면서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달 중순께 강남구청으로부터 조합 설립 인가 여부에 대한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을 비롯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를 조합 설립 인가 이후에 매수하면 입주권을 받을 수 없다. 집주인이 10년 보유 5년 거주 이상이고 1주택자인 조합원 매물에만 입주권이 새 소유주에게 승계되지만 이를 충족하는 가구는 많지 않다. 이에 조합 설립 인가 직전인 단자의 가격 급등세가 최근 지속하고 있다.
현재까지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당선돼 취임하면 일주일 내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1단지의 경우 최근 안전진단에서 최종 탈락했음에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은 크게 꺾이지 않는 분위기다. 목동11단지 근처에서 영업하는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들이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는 공약에 주민들이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다"며 "급매물을 찾는 매수 문의가 늘었지만 호가는 떨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최종 안전진단에서 탈락한 목동9단지 또한 올해 들어 오름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전용 71.37㎡의 경우 지난 2월 26일 15억8,000만원(8층)으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현재 매물이 거의 없고 시세는 16억∼16억5,000만원에 형성돼있다"고 설명했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지난달 31일 8단지가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조건부로 통과(51.92점)한 것을 끝으로 14개 단지가 모두 1차 안전진단 관문을 통과했다. 지난해 6월 13일 목동6단지가 안전진단을 최종적으로 통과했으나 같은 해 9월 목동9단지가, 최근 목동11단지가 결국 2차 안전진단 관문을 넘지 못하면서 한껏 부풀었던 재건축 기대감이 한풀 꺾인 양상이다.
목동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단지들이 2차 진단을 시장 선거가 끝난 이후로 늦추는 분위기"라면서 "내년에 대선도 있고 현재 부동산으로 민심이 들끓고 있으니 규제를 완화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재건축 규제 완화는 단기간에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안전진단의 구조안전성 가중치가 20%에서 50%로 크게 늘고 현장 조사도 강화됐다"면서 "서울시장의 권한으로는 2차 안전진단 이전 단계까지만 개입할 수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17대책을 통해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가 대폭 강화한 이후 서울에서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아파트는 도봉구 삼환도봉이 유일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은 안전진단, 분양가상한제 적용, 2년 거주 요건, 초과이익환수제 등 네 가지 규제 모두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며 "중앙정부와 국회의 동의 없이 규제를 완화하는 일은 험난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의회에 여당 소속 의원이 절대다수인 상황에서 야당 의원이 당선되면 용적률 규제나 도심부 높이 기준 완화 등을 위한 서울시 조례 개정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임기 1년 2개월의 서울시장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은 지극히 제한적"이라며 "내년 서울시장·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규제 완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slypd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