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투자의 창] 해외 상장만이 답일까

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본부장

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본부장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본부장




주식투자 격언 중에는 “본인이 오를 것이라 생각하는 주식을 사지 말고, 많은 사람들이 오를 것이라 예상하는 주식을 사라”는 말이 있다. 시장에서는 다수의 투자자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따르라는 조언이다. 요즘 세계 증시의 핵심 키워드는 혁신과 성장이다. 저성장과 저금리, 기술 발전과 사회구조 변화는 게임의 법칙을 완전히 바꾸었다.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인 ‘빅보드(Big Board·뉴욕증권거래소의 애칭)’조차 대규모 적자 상태의 이름도 생소한 해외기업에게 기꺼이 입장권을 쥐어주었고 투자자들은 천문학적 자금을 안기며 환호했다.

최근 K-혁신의 선두주자, 한국형 유니콘의 1순위로 거론되던 기업의 미국행은 우리 증시와 투자자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국내 증시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화제성과 스토리를 갖춘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화려한 데뷔는 많은 국내 기업들의 마음을 흔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시 상장에 장점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초우량 혁신주로 낙점할 경우 국내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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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모든 기업들에게 미국시장이 약속의 땅일까. 그렇지 않다. 초우량 혁신주로 인정받는 것은 극히 소수의 기업에 한정된 얘기이며 미국 상장과 관련한 난관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은 비용이다. 상장 절차와 상장유지에 소요되는 직접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고, 언어·법제환경이 다른 외국기업으로서 부담해야할 추가적인 규제비용, 대규모 소송리스크 등 보이지 않는 비용도 감당해야 한다. 과거 국내기업이 미국 상장 후 과도한 비용부담으로 인해 자진 상장폐지한 전례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한, 상장 후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투자자의 관심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상장은 단기 레이스가 아니라 기업의 생애주기동안 이어져야 할 장기 마라톤이기 때문이다. 오프닝 벨을 울리는 순간까지는 모든 상장기업이 주인공이지만, 이후로는 스스로 가치를 입증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잊혀지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증시에 상장하는 것은 많은 기업들에게 여전히 합리적 선택일 것이다. 우리 증시는 기업이 낮은 비용으로 기업 특성에 맞게 가장 수월하게 상장할 수 있는 시장 중 하나이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기술특례상장은 기술력 등 미래 성장 잠재력만으로 상장이 가능한, 다른 선진 증시에서도 유사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매우 혁신적인 제도이다. 기술특례기업들은 ‘기술’기업이라는 인증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지난 16년간 100개사가 넘는 혁신성장기업들이 이 루트를 통해 자본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또 코스닥시장은 세계 증시 중에서 가장 혁신적인 디엔에이(DNA)를 보유한 시장 중 하나다.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고속 성장, 정보기술(IT)·바이오 강국을 이끌어가고 있는 수많은 혁신기업의 배출 등을 통해 신시장의 가장 성공적인 역사를 써 가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활력과 에너지는 당연히 상장기업들에게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장을 계획하는 기업들이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 선택을 하고, 이를 통해 혁신과 성장의 화두가 우리 자본시장과 투자자의 결실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복수의결권 등 기업들이 원하는 제도적 인프라도 조속히 갖추어지기를 기대한다.

/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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