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은행장·통상전문가·고용 관료…대기업 이사회 의장 이색커리어 눈에띄네

씨티그룹 인맥 '미국통' 하영구, SK하이닉스 美대응에 도움

삼성물산 정병석, 노동부 차관에 경제학자…ESG 강화 추진

SK이노 김종훈 이미 2년전 의장에…경영 현장까지 종횡무진

(왼쪽부터 차례대로)하영구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 정병석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왼쪽부터 차례대로)하영구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 정병석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지난달 30일 SK하이닉스의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하영구 선임사외이사는 30여 년을 금융계에 몸담으며 ‘직업이 은행장’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인사다. 지난 2001년 씨티은행 합병 전 한미은행 시절부터 2014년까지 5번 연임에 성공하며 13년 동안 행장직을 수행했고 이후에는 ‘은행장들의 대표’ 격인 은행연합회장을 맡기도 했다. 첨단 반도체 기업의 이사회 의장으로 금융계 마당발이 발탁된 셈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의 이사회 중심 경영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색다른 커리어의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발탁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다. 이사회의 독립성과 권한을 살리면서도 이사회 의장의 전문성과 관록을 회사의 경영에 십분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실제 하 의장의 경우 전직 은행장인 동시에 국내 대표적 ‘미국통’이기도 하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을 성사시키는 데 기여했고 전 세계에 뻗어 있는 씨티그룹 네트워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비해야 하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다양한 자문을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을 졸업한 하 의장은 같은 지역 시카고 대학을 수료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돈독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 의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SK하이닉스 이사회에 합류한 이후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다양한 공부를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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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삼성물산도 지난달 설립 이래 최초로 정병석 사외이사(한국기술대 명예교수)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정 의장은 노동부(현 고용노동부) 차관을 지낸 관료 출신인 동시에 역사와 경제학에 조예가 깊은 학자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조선이 왜 무너졌는가’ 저서를 통해 조선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쇠망의 길로 접어들었는지를 제도적 측면에서 분석해 학계에서 화제도 모았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선임 배경에 대해 “노사 관계 전문가로서 삼성물산의 투명한 거버넌스 체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2년 전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인 김종훈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했다. ‘검투사’로 불렸던 김 의장의 경우 ‘이사회 중심 경영’이라는 SK그룹의 경영 철학을 실제 현장에서 구현해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영업 비밀 침해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김 의장은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의 대응 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미국을 방문해 정계 관계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김 의장에 행보에 대한 다양한 시각은 있으나 이사회가 거수기가 아닌 최종 결정의 책임자라는 최근의 경영 트렌드에 부합하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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