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화된 전자전 기술 갖춘 ‘대양해군’이 돼 있을 테지요.”
최초의 국산 기뢰부설함 ‘원산함’에서 근무했던 해군 간부·장병들이 20년 전 남겨놓았던 타임캡슐 속 편지가 공개됐다. 북한의 위협을 비롯해 동북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갈수록 경색되는 가운데 해군력 고도화의 필요성을 환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해군5성분전단 원산함이 최근 부대 창설 24주년을 맞아 20년간 보관했던 타임캡슐을 개봉했다고 5일 밝혔다. 견고한 시건장치로 봉인된 채 땅속에 묻혀 있던 타임캡슐 속에는 승조원들이 미래의 후배 대원들에게 쓴 편지가 담겨 있었다. 원산함 일과, 승조원의 인터뷰를 60분 분량으로 편집한 CD 및 8㎜ 테이프, 20년 전 당시 대원들의 프로필, 부대 주요 행사 사진, 타임캡슐 제작 목적 등도 함께 동봉돼 있었다.
편지와 함께 공개된 프로필에는 성명, 계급, 직책, 좌우명, 현재의 나의 모습, 20년 후의 나의 모습, 20년 후배 대원에게 한마디 등이 담겨 있었다.
선배 간부·장병들은 편지 등을 통해 “선배들의 전통을 밑바탕으로 대양해군 건설에 우뚝 서길 기대한다” “해군으로서 나라를 위해 일조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칠 수 있다는 용기 잃지 말길”이라는 문구도 담았다. 선배들은 “우리 손으로 만든 우리 장비로 넓은 바다를 항해할 수 있길” “더욱 고도화된 전자전 기술을 가진 해군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기원도 전했다. 이와 함께 “그때는 항공모함도 건조되고 기동함대도 편성되어 있겠지”라는 문구도 포함돼 있어 주목받았다.
타임캡슐 개봉 소식을 전해 들은 선배 간부인 신광욱 중위와 20년 전 원산함 통신관으로 근무했던 유병준 중령은 “어느덧 20년이 지나 후배 전우에게 초임 장교 시절의 패기 넘치는 모습을 전해 들으니 감회가 남다르다”며 “당시 최신예 함정이었던 원산함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건재한 모습으로 바다를 지키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마음 든든하게 생각한다”고 감회를 전했다.
행사를 주관한 배선영(중령) 함장은 “원산함 승조원들은 선배 전우들의 염원과 기대에 힘입어 앞으로도 완벽한 임무 수행을 위해 정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행사는 당초 전국의 선배 전우들을 부대로 초청해 열릴 예정이었다. 아쉽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현장 행사가 제한돼 전화 등을 통해 선배 전우들에게 타임캡슐 개봉 소식 등을 전하는 비대면 행사로 진행됐다.
한편 원산함은 2001년 해군에 배치된 국산 기뢰부설함 1호 함정이다. 원산함이라는 명칭은 한국전 당시 원산 상륙 작전에 참전한 유엔군 함정이 북한 측이 설치한 기뢰에 침몰했던 통한을 잊지 않겠다는 차원에서 지어졌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