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19.08%나 급격히 올린 후폭풍이 거세다. 5일 종료된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신청 건수는 서울 서초구만 1만 건을 넘는 등 지난해(전국 3만 7,410건) 수준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서초구에서는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12억여 원인데 공시가격이 15억 원을 넘는 사례가 나왔다. 제주의 경우 지난해 아파트 가격이 1.17% 내렸는데 외려 공시가격은 1.72% 올랐다. 서울 은평구의 한 연립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 2억 8,600만 원에서 올해 12억 500만 원으로 4배 넘게 폭등했다. 세종시에서는 공시가 9억 원 초과 아파트가 1,760가구로 전년(25가구)의 70배에 달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그런데도 정부는 2030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공시가 폭등으로 ‘세금 폭탄’을 맞게 되자 집단 반발과 조세 저항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공시가격이 부실하게 산정돼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불공정하고 불명확한 깜깜이 공시가는 세금이 아닌 벌금”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소속인 이춘희 세종시장마저 공시가격 하향 조정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을 정도다. 전국의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는 입주자 대표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주민 서명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이의신청 중 2.4%만 수용했을 정도로 공시가 조정에 매우 인색한 모습을 보여왔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관련 세금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 63개 분야의 행정 지표로 활용될 정도로 국민 생활과 직결된 매우 민감한 문제다. 들쭉날쭉한 공시가 인상은 부족한 조사 요원들의 탁상 평가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공정’과 ‘정의’를 외쳐온 문재인 정부는 주택 소유자들의 정당한 이의 제기에 귀를 기울여 공시가 산정 기준을 공개하고 과도하게 오른 공시가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