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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더불어민주당은 제 7회 지방 선거에서 서울 25개 구를 석권하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당선시켰다. 하지만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모든 구를 국민의힘에 내주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부산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 2018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부산 16개 구에서 모두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김영춘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는 부산 모든 자치구에서 패배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우세’였던 정치 지형이 3년 만에 급변하며 차기 대통령 선거까지 여권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4·7 재보궐 선거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서울 25개 모든 구에서 승리하며 57.5%의 최종 득표율로 승리했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39.18%를 얻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62.67%의 득표율로 34.42%를 얻은 김영춘 민주당 후보를 꺾었다.
21대 총선과 비교해 민주당의 전통적인 강세 지역인 강북에서의 표심 이탈이 눈에 띈다. 서울경제가 21대 총선 서울 자치구별(갑·을·병으로 나눠진 지역구는 하나로 합산) 득표율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구별 득표율의 차이를 계산한 결과, 득표율 차이가 큰 상위 5개 지역은 성북(16.9%)·종로(16.67%)·은평(15.61%)·강북(15.44%)·노원(15.37%)순으로 나타났다.
성북(성북 갑·을)구는 지난 18대 총선 이래 보수 정당에게 한 번도 의석을 내주지 않은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은평 갑은 17대 이후 5번 연속, 은평 을은 20·21대를 이어 민주당이 당선된 지역구이기도 하다. 노원구는 지난 2018년 재보궐선거에서 김성환 민주당 의원이 노원 병 지역에서 당선된 이후 갑·을·병 세 곳 다 민주당 의원을 배출한 지역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치지형의 전환이 ‘스윙 보터’가 민주당에 등 돌린 결과라고 풀이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사과도 여러 번 하고, 태극기 세력과 절연하며 전환점을 맞은 반면 민주당은 집권당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이지 못해 중도층이 많이 이탈했다”고 진단했다.
일부 정치 평론가들은 야당 우세 국면이 오는 2022년 대통령 선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병천 전 서울시 정책보좌관은 “53 대 47. 4월 8일 아침이 밝아올 때, 한국 정치의 기본 구도”라며 “민주당이 180석 이상을 가진 여당이기에 ‘불리한-방어적인’ 형국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연령별로도 ‘민주당 우세’였던 판세가 뒤집힌 것이 확인된다. 2018년 박 전 시장은 6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당시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득표율의 총합보다 지지율에서 앞섰다. 당시 60대의 63.5%가 보수를 지지했고 35.2%가 박 전 시장에게 표를 던진 반면, 20대(60%), 30대(69.3%), 40대(69.7%), 50대(54.2%) 모두 민주당 득표율이 절반을 넘었다.
반면 박 후보는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에서 오 후보에게 밀렸다. 40대의 49.3%가 박 후보를 지지, 48.3%가 오 후보를 지지했다. 민주당에서는 20·30 세대의 이틸이 뼈 아프다는 탄식이 나온다. 2018년 20·30대의 60% 이상이 박 전 시장을 지지했으나 2021년 20대와 30대의 박 후보 지지율은 각각 34.1%, 38.7%에 그쳤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