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규제 위주 부동산 정책을 민간 주도 공급으로 바꿔야


문재인 정부가 4·7 재보선 참패 이후에도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갈 태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투기 수요 억제, 실수요자 보호, 불공정 거래 근절 등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은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 선출된 오세훈 서울시장을 염두에 둔 듯 “주택 공급은 절차상 중앙정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재보선에 나타난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집값 폭등, 세금 폭탄으로 요약되는 잘못된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가장 크게 분노를 표시했다. 부동산을 가진 사람을 투기꾼으로 내몰며 1주택자에게도 세금 폭탄을 안긴 것을 심판한 것이다.



정부는 민심이 사망 선고를 내린 기존 부동산 정책을 거둬들이고 오 시장 등과 긴밀히 협력해 규제를 풀고 민간 주도로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현 정권 출범 이후 집값이 폭등한 것은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생각은 하지 않고 수요를 억누르는 데만 집중하니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뒤늦게 공급 대책을 내놓았지만 공공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재개발·재건축을 고집하다 보니 사업에 진척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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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주택 공급의 주체를 공공에서 민간으로 바꿔야 한다. 오 시장은 이미 서울의 한강변 아파트 35층 규제를 없애는 등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관련한 용적률·층수 규제 완화 방침을 밝혔다. 조세 저항에 직면한 과도한 보유세 폭탄도 제거해야 한다. 서울의 아파트 4채 중 1채가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된다는 사실은 부동산 세제가 잘못됐음을 보여준다. 사실상 국가가 집을 빼앗아가는 수준인 고율의 보유세를 대폭 낮춰야 한다. 공시가 9억 원 이상인 종부세 기준도 현실에 맞게 높여야 한다.

중앙정부는 물론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서울시의회도 새 시장의 부동산 정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용적률 기준, 노후도 요건 완화 등은 시의회의 결정 사항이다. 시의회는 민심이 규제 완화에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충분한 주택 공급이 이뤄지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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