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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 남편 필립공 별세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 필립공(사진)이 99세로 별세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버킹엄궁은 9일(이하 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필립공이 이날 아침 윈저성에서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했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필립공에 대해 “비범한 삶이었다”며 애도를 표했다.

필립공은 지난 2월 감염증 치료를 이유로 런던 소재 킹 에드워드 7세 병원에 입원했다 심장 수술까지 받고 한 달 뒤인 지난달 16일 퇴원하기도 했다.

필립공은 부인인 엘리자베스 2세와 함께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윈저성에서 지내왔다.

공식 직함이 ‘에딘버러 공작’이기도 한 필립공은 지난 1947년 당시 공주였던 엘리자베스 2세와 결혼한 뒤 70여년 동안 군주의 남편 자리를 지켜왔다. 이는 영국 통치자의 배우자 역사상 가장 긴 기간이었다. 필립공은 고령임에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했으며, 불과 5년 전인 2017년 8월 왕실 공식 업무에서 은퇴하기도 했다.

외신은 필립공이 전 세계 800개 자선 단체와 연계를 맺고 있을 정도로 왕성한 자선 활동에 앞장 섰다고 전했다. 특히 자신의 작위를 딴 ‘에딘버러 공작상’이라는 청소년 프로그램을 만들어 세계 130여개 나라에서 운영 중이고 환경운동에도 적극 나섰다.

여왕과 슬하에 찰스 왕세자를 포함해 자녀 4명과 윌리엄, 해리 왕자 등 여러 손주, 증손주를 두었다.

9일(현지 시간) 99세의 나이로 별세한 영국 필립공이 런던 버킹엄궁 발코니에서 부인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함께 군대 열병식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 /AFP연합뉴스9일(현지 시간) 99세의 나이로 별세한 영국 필립공이 런던 버킹엄궁 발코니에서 부인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함께 군대 열병식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 /AFP연합뉴스


왕위계승권 포기하고 사랑에 ‘올인’



필립공은 1921년 6월 10일 그리스 코르푸섬에서 그리스 앤드류 왕자의 늦둥이 외아들로 태어났다. 그리스와 덴마크 양국에서 모두 왕위 승계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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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듬해 큰 아버지가 군부에 그리스 왕좌를 빼앗기고 필립공의 가족도 영국 해군의 도움으로 겨우 탈출하는 일이 벌어진다. 필립공은 처음엔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 학교를 다니다가 영국으로 옮겨서 외가 친척들과 함께 지냈다. 이때 어머니는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거의 만나지 못했고 아버지는 모나코로 가버리고 누나들은 모두 결혼을 해서 떠나는 등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그는 다시 독일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또 스코틀랜드의 기숙학교로 가는 등 불안정한 생활을 계속했다.

그 와중에 독일에 있던 누나와 조카가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고 2차 대전 때는 영국 해군으로 참전해서 독일인 매형들과 반대편에 서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 뒤엔 영국으로 돌아와 1946년 조지 6세에게 결혼 승낙을 요청했고 이듬해 7월 드디어 엘리자베스 2세와 약혼을 했다. 그는 결혼을 위해 그리스와 덴마크 왕위계승권을 포기했고 영국인으로 귀화했으며 성을 영국식으로 '마운트배튼'으로 바꾸고 성공회로 개종했다.

여왕과 필립공의 사랑은 1939년 7월 다트머스 왕립해군학교에서 시작됐다. 아버지 조지 6세를 따라온 13세 공주는 잘생기고 활기찬 18세 필립공에게 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졸업 후 필립공이 영국 해군에 입대했지만 이들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애정을 키웠고 결국 8년 만에 결혼에까지 이르렀다.



“첫째도, 둘째도 여왕 실망 안 시키게”

필립공은 7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눈에는 띄지만 너무 튀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가며 여왕을 지켜왔다. 필립공은 1997년 결혼 50주년 금혼식에서 "내가 할 일은 첫째도, 둘째도, 그리고 마지막도 결코 여왕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필립공은 1999년 여왕 국빈 방한 때 인천공항과 월드컵 경기장 공사 현장과 비무장지대(DMZ)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다이애나비 사망 때 어린 손자들을 언론의 관심에서 보호하고 장례식 행렬에서 손자들과 함께 걸어준 것도 필립공의 몫이었다. 특히 자신의 작위를 딴 '에딘버러 공작상'이라는 청소년 프로그램을 만들어 세계 100여개 나라에서 운영 중이고 환경운동에도 적극 나섰다.

다재다능한 스포츠맨으로 폴로 등 말을 타며 하는 운동을 즐겼고 항공기 조종 경력도 상당하다. 97세에 운전을 하다가 전복 사고가 나기도 했다. 종종 부적절한 농담을 하거나 정치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하는 등 실수를 했지만 여왕의 용서를 받았다.

블룸버그는 최근 해리 왕자의 왕실 직무 이탈, 앤드류 왕자의 유죄 판결을 받은 성범죄자 제프리 앱스타인과의 친분 관계 등으로 시끄러운 영국 왕실이 필립공의 죽음으로 변화의 순간에 직면했다고 평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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