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를 비롯한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지난 달 25일부터 시행됐지만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암호화폐 업계에는 사기성 짙은 프로젝트가 난립하고 있다. 코인 상장 기준, 공시 기준 등이 담긴 업권법이 마련돼 있지 않아 특금법이 시행된 현재까지도 스캠(scam) 프로젝트가 버젓이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포블게이트에 상장된 디비젼블록·애드플러스, 프로비트에 상장된 어드벤트루·얼랏코인…백서 내용 흡사
14일 업계에 따르면 포블게이트에 상장돼 있는 디비젼블록(DBL), 애드플러스(ADPS) 코인과 프로비트에 상장돼 있는 어드벤트루(ADV), 얼랏코인(ALT)은 백서 내용이 거의 유사하다. 하나의 업체가 이름만 달리해 백서와 홈페이지를 여러 개 만든 뒤, 두 개 거래소에 상장한 것으로 보인다.
상장 기준을 묻자 포블게이트 관계자는 “내부에서 5명의 담당자가 프로젝트의 비즈니스 모델, 기술, 조직, 토큰 이코노미, 리스크, 마케팅 등의 유형과 각 유형별 세부 평가 지표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심사하고 있다”며 “엄격하고 명확하게 프로젝트를 평가해 프로젝트의 토큰 상장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프로비트 관계자 역시 “10명에서 20명 정도 되는 상장 인력이 각 프로젝트들 조사하고 연락한다”며 “구체적 상장 기준을 공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수일에 걸쳐 가격 올라가다 순식간에 폭락…시세조작 의심되는 정황
이들 코인의 가격 동향 모습은 대부분 비슷하다. 수일에 거쳐 가격이 올라간 뒤 특정한 날에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ALT의 경우 지난해 12월 17일 상장된 뒤 매일 4%씩 상승하다 지난 달 4일 하루에만 99% 넘게 폭락했다. 정황상 특정 세력이 시세를 조작했다고 보이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거래소들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프로비트는 ALT을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을 뿐 상장 폐지하지는 않았다.
상장 기준 등 업권법 마련돼 있지 않아…각별한 주의 당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은 코인 평가 제도나 상장 기준 등이 법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소들은 저마다 자율적 기준으로 코인을 상장하고 있다. 거래소 입장에선 상장돼 있는 코인이 많을수록 거래 수수료 이익을 높일 수 있다. 제대로 된 검증없이 무분별하게 상장이 이뤄지는 까닭이다. 피해는 오롯이 투자자 몫이다. 거래소를 믿고 아무 코인에 투자했다가 특정 세력의 시세조작 등으로 낭패를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들 코인처럼 특정 거래소에만 상장돼 있을 경우 문제는 더 커진다.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는 오는 9월 24일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계좌 발급 등 요건을 갖추고 신고를 완료해야 한다. 만약 특정 코인이 유일하게 상장돼 있는 거래소가 가상자산사업자로 등록하지 못할 경우, 해당 코인은 휴짓조각이 되버린다. 현재 프로비트는 ISMS 인증을 받았지만 포블게이트는 받지 못했다. 실명확인 계좌는 두 거래소 모두 발급받지 못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특금법 자체는 돈 세탁 방지, 테러자금 차단에 목적이 있다”며 “코인에 대한 위험성, 투명성 등은 업권법이 규율할 부분인데 아직은 (관련 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는 업권법이 없기 때문에 이용자를 기망할 목적이 있는 프로젝트를 발견했다면 민간 부문에서 사법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예리 기자 yeri.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