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각국 정부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삼성전자가 지난 2018년부터 고심을 거듭해온 미국 반도체 공장에 대한 투자 결정이 늦어도 올해 상반기 내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역량의 확충을 강조하기 전부터 이번 투자를 고려해온 삼성전자는 후보지를 새롭게 검토하는 강수를 쓰면서까지 각 후보지 주정부에 최대한 혜택을 받아낸다는 각오다.
14일 관련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오는 7월까지 17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의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에 대한 계획을 확정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유력한 후보지는 텍사스주다. 현재 가동 중인 오스틴 공장의 바로 옆 유휴 부지가 제2 공장이 들어설 곳으로 꼽혀왔다. 부품과 원자재의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을 갖추기에 용이하고 인근에 공항이 있어 제품을 운송하기도 좋은 입지적 요건이 그 이유로 꼽힌다.
또한 해외 자본 유치에 적극적인 텍사스주가 15년간 2억 8,500만 달러(약 3,179억 원)의 세금 감면이 타당하다는 유권해석을 이미 내렸다는 점, ‘실리콘힐스’로 불리며 반도체 기업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 등이 텍사스주에 힘을 더하고 있다. 삼성전자 신공장에는 “최신 3나노미터(㎚·10억분의 1m)급의 생산 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예측도 텍사스 지역 매체를 중심으로 흘러나온다.
그러나 지난 2월 텍사스주를 덮친 대폭설과 한파가 오스틴 공장의 발목을 붙잡으며 삼성전자와 텍사스주의 협상도 난항에 부딪힌 상태다. 앞서 양측은 향후 20년간 총 8억 547만 달러(약 8,900억 원)에 달하는 세금 인센티브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이 사안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오스틴 지역을 추가 투자를 위한 유력한 후보지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아직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에 관해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각 후보지를 관할하는 주정부와 협상에 임해 제공 가능한 세금 감면 혜택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텍사스 주정부와 전력 관리 회사는 대정전으로 시민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시내 중심부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순환 정전 체제로 전환하고 삼성전자·NXP·인피니온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 한편 삼성전자를 두고 텍사스주와 경합을 벌이고 있던 뉴욕주·애리조나주는 역전의 기회를 엿보며 강력한 인센티브를 내걸고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주는 파격적인 세금 감면과 일자리 창출 보조금, 수도세와 전기료 등 총 9억 달러 수준의 비용 절감 혜택을 내세우고 있다. 애리조나주는 양질의 일자리 1개를 창출할 경우 3년 동안 최대 9,000달러의 세금 공제를 약속한 상태다.
한편 삼성전자는 전날 북미 총괄 대외 협력 트위터 계정을 통해 “첨단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업계와 대화의 기회를 만들어준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해당 발언은 12일(현지 시간) 삼성전자 등 19개 반도체 기업들이 백악관에서 대규모 투자와 정책 지원을 약속 받은 후 나온 것이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