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스 바우어 국제통화기금(IMF) 아태국 부국장보 겸 한국 미션단장이 13일 언론에서 한국에 “인구 고령화로 (국가) 부채가 폭발하지 않도록 재정 정책을 장기적 틀에 넣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냥 흘려들을 경고가 아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올해 53.2%에서 2026년 69.7%로 16.5%포인트나 폭증할 정도로 재정 구조가 매우 취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인한 부채 폭발에 대비해 노동 개혁과 규제 완화를 서두르라고 한 바우어 단장의 권고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그는 노동자 훈련 및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에 착수하고 대기업의 경영 혁신을 정부가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핵심 지지층을 의식해 지나치게 노조에 기울어진 정책을 남발했다. 노동 개혁을 지연시켰을 뿐 아니라 규제 3법 등의 강행 처리로 기업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이는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았다.
더 큰 문제는 집권 세력이 국가 재정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해온 것이다. 지난해 4월 총선 직전에는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선거 후에 4인 가구당 100만 원씩 총 14조 원을 지급했다. 최근 4·7 재보선에서는 서울시민에게 1인당 10만 원씩 위로금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또 어떤 현금 뿌리기 공약이 나올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말 국가 채무가 847조 원으로 1년 전보다 124조 원이나 늘어난 것은 선심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공적 연금 충당 채무 1,044조 원을 합친 광의의 국가 부채가 지난해 1,985조 원으로 GDP(1,924조 원)를 넘어서 나라 곳간의 형편이 심히 위태롭다. 국민 실생활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미래 세대에 엄청난 빚더미를 떠넘기는 현금 살포 포퓰리즘을 당장 멈춰야 한다.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