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1호 케이뱅크가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의 추격에 대응해 내용부터 이름까지 카카오뱅크와 똑같은 상품을 출시했다. 히트 상품을 베끼는 ‘미투(me too)’ 상품이 금융권에도 일반화되고 있지만 네이밍까지 그대로 가져간 것은 흔치 않다. 인터넷은행마저 차별화된 혁신 경쟁력 없이 잘 되는 상품만을 따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소액 자금이 급하게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앱을 통해 바로 받을 수 있는 ‘비상금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고 15일 밝혔다.
케이뱅크 입출금통장이 있는 고객의 경우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약 1분 만에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신용등급에 따라 최대 300만원을 마이너스 통장 방식으로 대출받을 수 있으며, 휴일 여부와 관계 없이 365일 24시간(정산시간 제외) 신청 가능하다. 금리는 이날 기준 최저 연 3.04%이며 만기는 1년, 최대 10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케이뱅크의 비상금 대출은 카카오뱅크의 ‘비상금’과 구조부터 이름까지 사실상 동일하다. 카카오뱅크의 최저 금리가 연 3.09%인데 비해 케이뱅크가 조금 낮을 뿐 한도(최소 50만원~최대 300만원), 대출기간(1년 단위 연장), 상환방식(만기일시상환), 중도상환해약금(면제) 등이 모두 똑같다.
케이뱅크는 1호 인터넷은행으로 출범했지만 자본금 확충이 장기간 지연돼 후발주자였던 카카오뱅크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성장 동력을 확보한 후 최근 고객수와 잔고가 급증하자 카카오뱅크 따라잡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일단 서비스나 상품 포트폴리오를 유사하게 구성하고 있다. 지난 2월 출시한 연계대출 서비스는 카카오뱅크가 2019년 4월부터 자사 대출이 힘든 고객을 대상으로 2금융권 제휴사 대출을 소개하는 서비스와 동일하다.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신용점수를 관리할 수 있는 ‘내 신용관리’ 서비스도 카카오뱅크의 ‘내 신용정보’와 차이가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을 복수로 허가한 것은 저마다 혁신적인 상품으로 기존의 은행권에 없던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고 경쟁하도록 유도한 것”이라며 “지금처럼 어느 한 곳에서 잘 되면 곧바로 따라해서는 시장 나눠먹기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선 결국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 앞으로 출범할 토스뱅크 등이 각자의 특화 상품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 전략을 내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케이뱅크 입장에선 업계 최초로 선보여 시중은행까지 따라하고 있는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이 대표적이다. 케이뱅크는 KT 고객의 경우 별도 로그인 절차 없이 간편하게 최대 2년치 통신비 납부 내역을 신용평가사에 제출해 신용점수를 올리는 것도 가능하게 하고 있는 만큼 계열사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만 하다.
/김광수 기자 b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