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임페라토르


기원전 3세기 말 로마군의 이베리아반도 총사령관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는 이베리아의 카르타고 군(軍)을 잇따라 궤멸시켰다. 그는 30대 초반에 한니발이 이탈리아 반도에 머문 틈을 타 더 대담한 전략을 구사했다. 지중해 건너 본거지인 카르타고로 쳐들어갔고 궁지에 몰린 카르타고는 한니발을 불러들였다. 스키피오는 결국 한니발의 무릎을 꿇렸고 2차 포에니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스키피오가 이베리아의 카르타고를 제압했을 때 병사들은 그를 향해 “임페라토르(Imperator)”라고 외치며 환호했다. 이 칭호는 이때 처음 쓰였다고 전해진다.







임페라토르는 본래 ‘통솔권(Imperium)을 가진 사람’이란 뜻이다. 초기 공화정 시대에 원로원이 통솔권을 부여하며 ‘최고사령관’의 호칭으로 쓴 것이다. 원로원은 특히 집정관과 독재관에게 이를 부여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이를 영구히 사용하면서 로마에서 최고 권력자에게 부여하는 직함으로 인식됐다. 옥타비아누스는 ‘존엄한 자’라는 의미의 ‘아우구스투스’와 이 칭호를 함께 썼다. 로마 제정 시기에는 황제라는 의미로 굳어졌다. 임페라토르는 영어에서 황제를 의미하는 ‘엠퍼러(Emperor)’의 어원이기도 하다. 황제를 뜻하는 독일어권의 ‘카이저’와 러시아어권의 ‘차르’는 카이사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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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 프로필에 ‘화성의 임페라토르’를 추가했다. 스스로를 ‘화성의 황제’로 칭함으로써 인류의 화성 이주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는 지난해 말 자신이 운영하는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를 통해 ‘2026년 사람을 화성에 보내고 2050년까지 100만 명을 화성에 이주시키겠다’는 꿈 같은 계획을 밝혔다. 스페이스X는 최근 증자로 1조 3,000억 원가량을 조달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머스크의 성공은 미국처럼 기업의 끝없는 도전과 혁신이 가능한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도 ‘혁신의 임페라토르’가 나올 수 있도록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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