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신임 국무총리로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명했다. 여권은 김 후보자가 친문(親文) 그룹이 아니고 영남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에 이어 또 여당 정치인을 기용했다는 점에서 4·7 재보선에 표출된 민심 이반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가 이날 ‘국정 쇄신’을 약속했으나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과거 노태우 정부의 현승종, 김영삼 정부의 고건, 김대중 정부의 김석수, 노무현 정부의 한덕수, 이명박 정부의 김황식 등 역대 정부의 마지막 총리로 정파 색채가 없는 인사들을 기용해 중립적 대선 관리를 시도했던 전례와도 다르다.
새로 임명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도 모두 민주당 의원을 지냈다. 박 대변인은 2019년 유튜브 채널에 ‘문 대통령께 Moon Light’라는 제목으로 ‘월광 소나타’ 연주 영상을 올린 적이 있다. 청와대와 내각의 요직에 친정권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셈이다. 국정 철학은 그대로인데 단순히 얼굴만 바뀐 ‘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돌려 막기’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친문 그룹의 윤호중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개혁의 바퀴를 멈춰서는 안 된다”면서 검찰 개혁과 언론 개혁의 중단 없는 추진을 다짐했다. 위헌 소지가 있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언론 재갈 물리기 입법을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여당이 참패한 재보선 결과는 폭주 정치를 접고 정책 기조를 바꾸라는 준엄한 경고였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재보선 직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한 100자 안팎의 유감 표명만 했을 뿐 아직도 육성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얼굴만 살짝 바꾸는 개각을 단행했다. 이래서는 부동산 대란과 ‘내로남불’ 정권에 성난 민심을 달래기 어렵다. 미국·중국 등이 반도체·배터리에 총력을 쏟으며 글로벌 산업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 위선과 무능·분열의 정치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한 뒤 규제 혁파·노동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는 등 국정 쇄신을 해야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