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슉~퐁!’ 소리와 함께 최대 700m 떨어진 제조 현장에 있던 양극재 샘플이 캡슐에 담긴 채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났다. 마치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광경이 벌어지는 듯했다. 포스코케미칼(003670)이 2차전지 업계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는 ‘에어슈팅 품질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지난 13일 국내 최대 양극재 생산 기지로 발돋움 중인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을 방문했다. 광양공장은 포스코그룹의 제조, 건설,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이 총결집된 스마트 팩토리다. 현재 광양공장은 연 3만 톤(60㎾h급 전기차 약 33만 대 분량)의 양극재 생산 역량을 갖췄다. 이 공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력은 80여 명이면 충분하다. 스마트 팩토리의 저력이다.
공장을 둘러보며 먼저 눈길을 잡아끈 건 에어슈팅 시스템이다. 품질분석실 내부 한쪽 벽에 설치된 파이프라인으로는 시시각각 양극재 샘플이 담긴 캡슐이 나타났다. 샘플은 축구장 20개 크기, 14개 제품 라인에서 채취돼 사람 손 하나 거치지 않고 분석실에 도착한다. 이상영 포스코케미칼 공장장은 “채취 과정에서 사람 손을 타지 않아 샘플의 현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문제점을 발견, 대안을 도출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2차전지 부문에서 에어슈팅 시스템을 적용한 것은 포스코케미칼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광양공장은 이 같은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핵심 설비인 소성로 내부 배열을 개선하고 시간당 가공량을 늘리는 등 공정 개발 최적화를 지속했다. 현재 광양공장에서 하이니켈 NCM 양극재를 만드는 데는 48시간이 소요된다. 건설 초기였던 2018년보다 91% 이상 높아졌다는 게 포스코케미칼 측의 설명이다.
공장을 둘러본 뒤에는 정대헌 포스코케미칼 에너지소재사업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오는 2025년까지 세계 1위 수준(점유율 기준 20%)의 양극재 양산 능력 확보를 목표로 2025년 27만 톤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목표인 2025년 21만 톤 대비 목표치를 25.6%가량 높인 것이다. 광양공장은 이를 위한 3·4단계 증설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23년에는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생산능력이 10만 톤으로 높아지게 된다. 정 사업부장은 “포스코케미칼은 그룹사의 자본력과 건설 및 ICT 부문의 핵심 역량 지원, 니켈·리튬 등 핵심 원료의 확보까지 2차전지 소재 회사 중 ‘톱티어’로 올라설 수 있는 모든 여건을 갖췄다”고 밝혔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를 위해 유럽·미국·중국을 포함해 주요 거점별 해외 양극재 생산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2025년까지 해외에 11만 톤 양극재 양산 능력을 갖춘다는 것이다. 정 사업부장은 “포스코케미칼은 이미 해외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회사라 겁먹지 않는다”며 “경쟁사들 중 거의 유일하게 해외에 나갈 역량을 갖춘 게 바로 포스코케미칼”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포스코케미칼이 이처럼 투자 속도를 높이는 것은 미국과 유럽 중심의 글로벌 전기차 수요 증가, 주요 완성차 브랜드의 배터리 내재화 추진, 거점별 역내 공급망 구축 등으로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포스코케미칼은 앞으로 2~3년이 2차전지 소재 사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정 사업부장은 “현재 전구체(2차전지를 구성하는 4대 물질 중 하나인 양극재 소재) 내재화율이 20% 수준인데 2025년까지 60%까지 높일 예정”이라며 “내재화 비중을 높이면 공급 안정성이 높아져 가격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헀다. /광양=서종갑 기자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