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24시] 美中 기술 쟁패의 향방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美, 화웨이 제재 등 압박 강화 속

中은 법인세 획기적 감면 혜택 등

반도체 산업 지원·인재양성 총력

美공세 뚫고 기술강국 될지 관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중 기술 경쟁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12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반도체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이다. 인텔·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반도체 칩 생산 업체와 구글,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수요 업체들이 초청됐다. 중국 업체만 쏙 뺐다. 공급 부족으로 곤궁에 처한 반도체 칩 생산 설비를 미국 내에서 늘려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메시지는 명확하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압박하는 행보다. 중국은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사실 중국도 반도체 산업 육성의 출발은 우리와 거의 같았다. 1990년대 초부터 중요성을 인식했다. 미국 드렉셀대 박사 출신인 장쩌민 전 주석의 아들인 장몐헝이 주축이 됐다. 상하이 소재 SMIC를 주력 업체로 삼았다. 우리의 반도체 빅딜에 따라서 LG반도체 출신 기술 인력의 일부를 흡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현재 반도체 수입에 3,500억 달러(중국 전체 수입액의 17%)를 쏟아붓고 있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자체 발전이 더딘 증표이기도 하다.

반도체 칩 생산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근 한 세대의 시간이 걸렸다. 삼성은 1993년 고(故) 이건희 회장의 “마누라 빼고 다 바꾸자”는 혁신 성장 주창이 시발이다. 지금은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가 됐다. 결국 최고경영자의 뚝심에 일류 전문가의 활약, 스마트폰이라는 자체의 막대한 수요,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위기 등 4박자가 맞아떨어졌다. 특히 초기에 자체 수요가 있었다는 점이 중국과의 격차를 벌린 원천이다.



중국은 반도체 칩이 디지털 경제의 쌀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통산업화 과정에서 철강과 같은 역할이다. 현재의 20% 전후인 반도체 칩 자급률을 오는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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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천문학적인 투자와 인재의 양성·축적을 해오고 있다. SMIC, 선전의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 우한의 YMTC 등 3대 기업이 업계 발전을 이끌고 있다. 주관 부서인 공업정보화부는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2013년 이후 거의 매년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제시해오고 있다. 3월 초에도 장관이 직접 나서서 법인세의 획기적 감면을 내걸었다. 수익을 낸 해부터 기산해 ‘2년 면제 3년 반액’ 제도를 ‘5년 면제 5년 반액’으로 고쳤다. 특혜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한 것이다. 국가적 뚝심이 돋보인다.

또한 ‘반도체의 첸쉐썬(원자탄의 대부)’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인은 1980년대 한때 IBM과 경쟁하던 왕(Wang)컴퓨터의 왕안, 1990년대의 제리 양, 2000년대의 마윈 등 첨단 디지털에 무지하지 않다. 1998년부터 ‘과교흥국’을 강조하고 대학 교과과정을 혁신해 신시대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새로운 교육체계하에 훈련받은 대졸자가 이미 1억 명을 넘어섰다. 그 ‘98학번’이 올해 만 41세가 된다. 전문가가 되기에 충분한 나이다. 이들에게 기대하고 있다. 물론 1970년대 말 이후 쌓아온 600만 해외 유학생 풀에서도 유관 최고 인재를 물색해오고 있다.

세 번째가 자체 수요 유무다. 중국은 이미 전 세계 생산 반도체의 60% 정도를 소비하고 있다. 그만큼 내수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지금은 자체 수요의 확충도 무궁무진하다. 소위 ‘디지털 ICBM(사물인터넷·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 영역에서의 막대한 수요 기반과 정부의 5세대(5G) 기간 설비의 지속적 확충, 6세대(6G)의 개발 및 실험, 그리고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추진 등이 있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로 옮아갈 수도 있다.

여기에 2019년부터 시작된 위기의식이다. 마국은 화웨이 제재는 물론 전자회사 인수 금지 등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마치 1985년 일본에 대한 플라자합의를 연상시킬 정도다. 중국의 반응도 격렬하다. 반도체 자립을 위해 지난해에만 1만여 개 업체가 반도체 관련 업계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187억 달러어치의 반도체 생산 관련 설비를 수입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설비 수입 국가가 된 것이다. 미국의 초강경 압박이 중국에 전화위복이 될지, 일본처럼 될지가 주목된다. 압박이 반도체 산업으로만 끝날까. 기술 쟁패의 서막일 것이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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