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사월 비빔밥


박남수


햇살 한 줌 주세요.

새순도 몇 잎 넣어주세요.

바람 잔잔한 오후 한 큰술에

산목련 향은 두 방울만

새들의 합창을 실은

아기병아리 걸음은



열 걸음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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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아랫마을 순이 생각을

듬뿍 넣을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고명으로 얹어주세요.





햇살이야 얼마든지 목련잎으로 한 스푼 넣으렴. 새순이야 얼마든지 다래순, 찔레순 연두 연두하게 넣으렴. 나른한 오후엔 춤추는 수양버들 가지도 잠잠하게 해줄게. 산목련 향은 정말 귀하니 딱 두 방울. 새들의 합창 소리야 아무리 퍼내도 줄지 않으니 귓바퀴를 조롱박처럼 오므리렴. 마당마다 노랗게 풍기던 아기 병아리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이런! 순이 생각을 듬뿍 넣겠다니, 마음이 달떠서 비빔밥 맛을 제대로 알 수 있을까. 산 마다 새 울고, 들 마다 꽃 피어도, 마음 골짜기만한 봄이 없구나.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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