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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사회 넘어 잔인사회 진입, 주민자치만이 답이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장, ‘한국에서 주민자치의 함의’ 한국정책학회 기조연설

“주민자치의 기본 조건은 개인 차원의 주민이 집합 차원의 마을로 눈뜨게 하는 것이다. 주민이 지역을 나의 마을로, 주민을 이웃으로 승인하며 생활 관계를 나의 일로 승인해야 비로소 주민자치가 성립된다. 더불어 위험사회를 지나 잔인사회로 접어든 한국적 현실에서 주민자치가 안심사회를 위한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16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2021년 한국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 한국주민자치중앙회의 주민자치 기획세션이 개최되었다. 이날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주민자치 무엇이고 왜 하여야하고 어떻게 하여야하는가, 한국에서의 함의'라는 주제로 조선의 향촌자치부터 시작해 주민자치의 함의와 다양한 조건 등 주민자치가 한국적 현실에서 갖는 의미에 대해 기조연설에 나섰다.




▲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기조연설에서 전상직 회장은 “귀한 자리에서 주민자치 이야기를 드릴 수 있게 해준 홍형득 한국정책학회장님 감사드린다. 주민자치 20년 했지만 아주 어렵다. 자치는 사람을 인격자로 만들어 주고 마을을 공동체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자치란 것이 능률이나 효율성 같은 방법적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존재 자체를 걸고 만들어 내야 할 매우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서두를 열며 “서양에서 300년 걸렸고 일본에서 100년 걸린 자치를 우리는 30년만에 했다. 성장은 압축해서 가능했지만 성숙은 불행히도 압축하지 못했다. 일사분란한 사회에서 벌거벗은 경쟁으로, 영혼 없는 엘리트들이 등장해 만든 압축성장의 대가로 각종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었다. 위험사회를 넘어 한국은 소위 말하는 잔인사회로 몰려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주민자치가 안심사회를 위한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회장은 이어 “국가는 경제성장을, 시장은 중화학공업을 선택했다. 지역사회는 이러한 전환기 시대에 내린 선택과 집중에서 철저히 제외되었다. 국가 성장과 시장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지역사회는 철저하게 붕괴된 것이다. 이로 인해 지역 공동체는 소멸되었고, 도시는 미성숙한 공동체로 커나갔다. 예를 들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일부 통반을 살펴보면 실제 통반의 기능이 제대로 작용된 적이 없다. 마을의 기본인 통반이 무엇도 하지 못한 채 사회는 심각하게 해체되어가고 정부 당국은 이를 방치로 일관했다”며 “아파트의 통반은 주민이 모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행정적으로 관리하기 용이한 단위다. 공적인 냉소와 사적인 정열이 지배하는 한국의 주거 사회의 대표 모델이 바로 아파트인 것이다. 공공성과 사회성이 빈약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이웃을 타자화시켜 버린다. 과거에 행했던 압축성장에 대한 복수로 마주하게 된 문제점을 이제는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면 해법 역시 압축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전 회장은 또 “그 해답을 조선 시대의 주민자치에서 찾아보려 한다. 과거 조선에서는 양반이 상민을 지배하는 체제에서 시작했지만 조선 후기에는 상하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보은향약이 생겼다. 그리고 대한제국 당시 향회에는 조선 향약 328년의 경험이 주민자치의 지혜로 녹아내렸다”며 “이를 현 시대에 어떻게 풀어야 할까? 관건은 주민자치의 문제가 읍면동의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복지센터를 단체자치의 기능으로, 주민자치회를 주민자치로 협치해 상생과 연대의 묘를 살리는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주민자치를 이중구조로 설계해 읍면동에는 협치형 주민차지를, 통리에는 자치형 주민자치를 운영하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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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주민자치의 주체가 자치단체에서 지역사회로 변경되면 그 기능도 달라진다. 사회적 자본 형성, 사회 서비스 공급, 주민 목소리 대변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 당국의 계획에는 이 세가지가 포함된 주민자치 정책을 찾아 볼 수 없다. 주민자치의 기본 조건은 개인 차원의 주민이 집합 차원의 마을로 눈을 뜨게 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지역을 나의 마을로 승인하고 주민을 이웃으로 승인하며 생활 관계를 나의 일로 승인해야 비로서 주민자치가 성립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 주민자치 어디를 찾아 봐도 이렇게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여기에는 주민의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주민자치의 동기인 이익동기, 권력동기, 명예동기를 활용해 주민자치회가 주민들에게 자치의 동기를 부여하고 숙성시키는 과정을 만들어 줘야 한다. 결국 주민자치사업, 주민자치회, 주민자치행사를 어떻게 설계하고 디자인해야 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된다”고 분석했다.

▲ 기조연설 중인 전상직 회장▲ 기조연설 중인 전상직 회장


주민자치회에 대해서는 “주민의 의견을 결집하고 민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회는 주민을 회원으로 해 주민자치회원 총회가 최고의 의결기구가 되어야 한다. 더불어 주민자치회는 주민을 대표하고 대변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자치분권에 입각해 주민자치회에 입법, 재정, 인사권을 부여해 주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더불어 “주민자치 정책은 주민이 마을의 공공을 위해 주민을 인격자로 만들고, 마을을 공동체로 만드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정부 당국이 직접 연구해 주민자치를 하자는 게 아니라 좋은 의견이 나와서 주민자치를 제도화 할 수 있고, 주민들이 이러한 사안을 민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면 개방성을 갖고 이를 받아들이는 정책적 현명함을 요구한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전 회장은 “한국에서 바람직하게 성공할 수 있는 주민자치, 전국 읍면동을 진정한 공동체로 만드는 주민자치 과업을 이번 생의 소명으로 삼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무리했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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