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백신, 코로나 전쟁서 승리하는 길

채수찬 카이스트 바이오헬스케어혁신정책센터장

韓 초반 방역전쟁 앞서나갔지만

'첨단무기' 백신 도입에는 삐거덕

지금이라도 외교·협력 총력전을

채수찬 KAIST 교수채수찬 KAIST 교수




감염병과 싸우는 일은 전쟁과 같다. 사람의 몸에서도 그렇고 사회적으로도 그렇다. 몸이 감염병과 싸워 이기려면 무기가 필요하다. 이 무기는 적군과 한번 싸워봐야 만들어진다. 그래서 진짜 적군인 바이러스가 들어오기 전에 그와 유사한 모의 적군을 몸 안에 집어넣는다. 이게 백신이다.



사회적으로 보면 현재의 감염병 사태는 세계대전급 전쟁이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지략이 풍부한 전략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전과 다른 전술을 구사하며 침입한 적을 제압할 수 있는 새로운 무기가 있어야 한다. 또 무기를 제때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과학기술 역량과 경제적 역량이 필요하다.

전쟁은 몇 단계를 거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쟁은 현재 막바지 싸움을 하고 있다. 전쟁을 마무리 짓기 위한 무기는 백신이다. 예상을 뛰어넘어 등장한 최신예 병기는 RNA백신이다. 바이러스 유전자와 유사한 물질을 모의 적군으로 쓰는 방식이다.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와 바이오테크 회사인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이 이에 해당한다. 최신예 병기는 아니지만 코로나 유전자를 다른 바이러스에 실어서 모의 적군으로 활용하는 방식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이 개발한 백신이 그것이다. 전통적 무기에는 죽은 바이러스를 모의 적군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있는데 중국에서 개발한 백신이 그렇다.



백신이 신약으로 사용 허가를 받으려면 임상 실험을 3단계까지 거쳐야 하지만 비상사태를 맞아 2단계 내지 2.5단계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내줬기 때문에 현재 접종되고 있는 백신들의 장기적인 안정성은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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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바이러스 대전 초기에 아시아 국가들은 철저한 방역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그러나 후반으로 오면서 첨단 과학과 경제력이 뒷받침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뒷심을 발휘해 백신을 개발하고 보급하면서 앞으로 치고 나가 머지않아 사태가 종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초반 방역 국면에서는 앞서 나갔으나 현재의 백신 국면에서는 삐거덕거리고 있다. 이렇게 흔들리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지략 있는 전략가도 첨단 무기도 없기 때문이다. 현 정부 초기부터 필자는 정책 책임자와 과학기술 정책 조정자들이 새로 임명될 때마다 찾아가 신약 산업이 낙후된 한국은 신약 선진국들에 배워야 하며 특히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해야 한다고 귀가 아프게 얘기했으나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왜 한국에 도움 될 협력을 하겠느냐’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논리로 협력 가능성을 일축했다. 맞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윤을 추구하는 동물이다. 그러나 이를 지혜롭게 활용하는 게 책임 있는 정책 결정자들이 할 일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자 미국 정부는 머뭇거리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바이오테크 회사들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며 백신을 신속히 개발하도록 유도했다.

한국이 백신 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는 데는 백신을 신속히 수입하는 것만이 유일한 출구다.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 관계를 미리 구축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이들과 잘 소통할 수 있는 직간접 채널들을 찾아 액션을 취해야 한다. 간접 채널 중에는 정부 간 외교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반 한국 방역 물품에 대한 긴급 수요가 있을 때 한국 외교는 다른 나라들의 인심을 얻지 못했다. 과학이든 외교든 현 정부의 문제는 전문가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것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그러다가 망했다.

코로나와의 전쟁을 끝내는 길은 한 가지뿐이다. 백신만이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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