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기대하며 투자해왔던 스팩(SPAC)주들이 급락세다. ‘광풍’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스팩 투자는 큰 인기를 모았지만 과열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미국 당국까지 나서서 경고성 카드를 꺼내 들자 부진 상태를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의 올해(1월 4일~4월 16일) 해외 주식 순매수 결제 통계를 보면 스팩주들이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 가령 CCIV는 2억 7,603만 달러(3,084억 원) 순매수 결제돼 해외 주식 중 일곱 번째로 많이 팔렸다. ACTC와 IPOE의 순매수도 각각 2억 1,113만 달러, 1억 3,535만 달러에 이른다.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인 스팩은 비상장기업과 합병한 뒤 우회 상장해 투자자들이 수익을 챙겨간다. 올해 월가에서 스팩에 몰린 자금은 1,000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834억 달러가 유입됐던 규모를 이미 넘어서는 수준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주가는 고점을 찍은 뒤 내리막을 타고 있다. CCIV의 경우 올해 1월 4일 10.04달러(종가)에서 지난 2월 18일 58.05달러로 약 한 달 만에 5배가 뛰었지만 현재 18.45달러로 내려앉았다. ACTC와 IPOE도 올해 고점보다 약 40~50%씩 빠졌다. 20일(현지 기준)도 CCIV는 5.58% 떨어졌고 IPOE와 ACTC는 각각 3.38%, 2.10%씩 하락했다. 스팩 상장지수펀드(ETF)인 SPAK도 고점에서 현재 31.5% 미끄러졌다.
금리 급등으로 한 차례 충격을 받은 뒤 예상됐던 합병도 소강상태를 보이자 주가가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월가에서 잇따라 우려를 나타내는 것도 찬물을 부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도 최근 “좋은 기회는 적은데 지나치게 많은 자금이 몰려 우려스럽다”고 했다. 미 감독 당국도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당국은 스팩 상장을 돕는 투자은행(IB)에 대해 조사하는 등 관련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갑게 얼어붙는 스팩이 일종의 위험 자산 조정 신호일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스팩의 부진이 미 증시의 약세 조짐이라고 분석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