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먹던 어묵탕 국물을 육수통에 다시 넣어 재사용하는 장면을 봤다는 글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부산의 한 식당이 육수를 재사용한 것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해당 식당 업주가 사죄의 뜻을 밝히고 영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해당 식당이 수십 년 영업을 이어온 유명 식당인데다 '위생 문제'가 검증된 것으로 인증을 받은 '안심식당'으로 확인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식당에 대한 신고 글과 사진이 올라왔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일 논란이 된 식당 명의로 사과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서 식당 측은 "먼저 이번 일로 상심하셨을 많은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 "여러분의 지적으로 저희 식당의 잘못된 부분을 인지하고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식당 측은 "저희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고객 여러분의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위생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더욱 안전하고 믿음이 가는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개선될 때까지 영업을 중단하겠다"고도 했다.
지난 19일부터 영업 중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식당 측은 "(위생 문제)에 대한 조사 요청이 올 경우 성실히 임하겠다"고도 했다.
이같은 식당 측의 입장에도 비난 목소리는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식당 측의 사과문이 성의없을 뿐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보상 등 제대로 된 조치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당 측의 사과문을 접한 네티즌들은 "생각만 해도 지저분하다", "안심식당이라는 곳이 저러면 다른데는 어떻게 믿고 가나", "아예 문을 닫는 게 나을 듯", "60년 동안 재탕하셨나요" "15일 행정처분은 너무 약한 거 아니냐" 등 식당을 향한 날선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산 X친 더러운 식당'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부산 여행 중 해당 식당에서 어묵탕을 먹었다는 작성자는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식당 측에 국물을 데워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봤는데 식당 측이 손님이 먹던 국물을 육수통에 부은 뒤 다시 육수통에서 국물을 퍼내 손님 테이블로 가져다주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다시 확인하기 위해 자신들이 먹던 음식도 데워달라고 요구했고, 식당 측의 음식 재사용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고 했다.
작성자는 직접 겪었다는 것을 인증하기 위해 주문한 어묵탕과 영수증 사진도 첨부했다. 그는 "다른 식당이 오해받지 않아야 한다"며 식당 간판 사진도 올렸다.
그러면서 작성자는 "설마 제 눈을 의심해 저희 것도 덥혀 달라고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저희 것도 육수통에 그대로 부어 토렴을 하네요"라며 "바로 계산하고 이러면 안 된다고 하니 그건 '먹던 게 아니라 괜찮은 거랍니다'(라고 해명했다)"고 적었다.
작성자는 아울러 "코로나19 때문에 안 그대로 민감한 시기에 이건 아닌 것 같다"며 "침 튀기면서 이야기하고 입에 물고 빨던 숟가락을 넣었다 뺐다 한 국물을 말이죠"라고도 썼다.
논란이 커지자 부산 중구청은 해당 식당을 찾아가 현장 조사를 벌였고, 온라인에서 제기된 주장이 사실인 것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 중구청 관계자는 "업주분이 음식 재사용을 인정했다"면서 "15일 영업정지 처분과 함께 업주분을 형사고발할 방침"이라고 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