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창업 세대와는 다른 '4050 네트워크'…위기 땐 적과의 동침도 OK[대기업 합종연횡 바람]

삼성전자, 현대차에 차량용 메모리 안정적 공급

현대차는 포스코·SK와 수소·배터리 머리 맞대

라이벌인 동시에 전방위 협력…美·中 공세 함께 뚫어





“(삼성전자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은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삼성전자에 각별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 사태가 심화되는 가운데 현대모비스에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삼성전자에 대한 신뢰를 반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삼성전자의 포트폴리오상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를 당장 현대차에 공급할 수는 없겠으나 차량용 메모리를 비롯해 고위급 간의 전반적인 협업을 거론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도 “양 사가 정부 협의체를 통해서도 반도체 쇼티지 사태 속 다각도의 협력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협업에는 기본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간의 끈끈한 관계가 바탕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과 정 회장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서로의 사업장을 찾아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지난해 7월 이 부회장이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찾았을 때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이 함께해 향후 미래차 시스템 반도체 제작 과정에서 양 사의 전략적 협업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수감되며 이 같은 협업이 더 구체화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SK그룹과도 올해 협업의 폭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기아와 SK이노베이션은 하이브리드전기차(HEV) 배터리를 처음으로 공동 개발한다. 지난해 7월 정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K배터리 회동’을 가진 후 나온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다. 업계는 두 대기업이 단순한 납품 관계를 넘어 미래차 산업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는 협업 모델을 창출했다는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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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아울러 수소 생태계를 주도하며 포스코·SK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올 3월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은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다양한 사업 모델 발굴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도 수소 산업 생태계 조성에 손을 잡은 바 있다. 수소 생태계가 조성되자 현대중공업과 두산그룹도 잇따라 수소 사업에 뛰어들며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합종연횡 배경에는 거세지는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가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자국뿐 아니라 해외 기업들과 협업 관계를 다지고 있다.

특히 완성차·배터리 업계의 협업이 눈에 띈다. 현대자동차가 삼성SDI·SK이노베이션·LG에너지솔루션과 협업하는 사이 폭스바겐은 노스볼트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독일에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도요타는 파나소닉과 합작사를 설립하고 차세대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GM 역시 LG에너지솔루션과 차세대 배터리를 위한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도 합종연횡을 통해 기존 1인자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합종연횡으로 점유율을 조금씩 뺏기고 있는 상황이다. 후발 주자가 빠르게 기술을 추격하는 한편 인수합병 등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30%대 점유율로 여유 있는 1위를 수성하고 있지만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이 업계 2위인 키옥시아 인수를 검토하고 나서면서 어느 쪽이든 인수에 성공할 경우 삼성전자와 맞먹는 규모가 된다.

협업을 통해 새로운 경쟁 상대가 부상하기도 한다. 미국의 집중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의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는 자국 업체와 손잡고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중국 베이징자동차의 자회사인 ‘베이징차블루파크뉴에너지테크놀로지’와 협력해 만든 자율주행 전기차 ‘아크폭스 알파S HBT’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21일부터 열리는 상하이모터쇼에서 이를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화웨이의 전기차 시장 진출은 미국의 제재로 기존 주력 분야였던 통신 장비와 스마트폰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자 새로운 시장을 모색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테슬라와 애플의 자율주행차 등 미국의 전기차 시장에 맞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픽 개발·장비 제조 업체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와 손잡고 차량용 컴퓨팅 시스템과 인공지능(AI) 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위해 협력한다. 지난해 6월 엔비디아는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차량용 최첨단 컴퓨팅 아키텍처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경제 단체의 한 관계자는 “미래 산업에서 우리 기업들 간의 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 주도권을 언제 뺏길지 모르는 치열한 경쟁 상황”이라며 “기업 간의 적극적 소통과 협력을 위해 정부도 보다 판을 깔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변수연 기자·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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